1957년 소련의 세계 첫 인공위성 발사 성공이 마오쩌둥의 경쟁심에 불을 질렀다. 마오가 1958년 허난성에 만든 중국의 첫 집단농장(인민공사)에 ‘스푸트니크 공사’란 별명이 붙었다. 위성이 치솟듯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확량이 할당됐다. 마오 한마디에 농장마다 증산을 위한 비료 쟁탈전이 벌어졌다. 가축 분뇨, 인분 싸움도 모자라 볏짚과 진흙으로 지어진 외양간과 시골집을 때려 부쉈다. 마을 가옥 절반이 비료로 뿌려졌다. 그랬다가 4000만명이 굶어 죽었다.

▶1998년 양쯔강에 대홍수가 났다. 우한이 잠기다시피 했다. 그때도 공산당은 피해 공개를 꺼렸다. 그러나 1억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자 전술을 180도 바꿨다. 중국군이 목까지 차오르는 강물에 뛰어들어 '인간 댐'을 만드는 장면을 온종일 TV에 내보냈다. 그러나 당시 실제 피해를 줄인 건 '인간 댐'이 아니라 굴착기가 쌓은 제방이었다. 양쯔강 수위가 내려가자 중국군이 '영웅'으로 남았다. 3000여 명이 희생됐는데도 승자는 공산당이었다.

▶2003년 사스가 창궐하자 베이징시는 '사스 전담 병원'을 짓기 시작했다. 7000여 명이 24시간 공사하는 장면을 TV로 중계했다. 병상 1000개짜리 한국 대학병원 규모를 완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당국은 자금성 정북(正北)에 경기장을 지어야 국운이 흥한다는 '전문가'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종로구만 한 마을이 통째로 없어지고 경기장이 들어섰다.

▶어제 우한에 병상 1000개를 갖춘 '폐렴 전담 병원'이 문을 열었다. 내일은 병상 1600개짜리 전담 병원도 환자를 받는다. 대형 응급병원 두 곳을 열흘 만에 지은 것이다. 다른 나라는 100년 된 다리 하나 고치는 데 3년이 걸리지만 중국은 3일이면 새 다리를 놓는다. 우한 인근의 인구 750만 도시와 900만 도시는 사상 초유의 시민 외출 금지에 들어갔다. 가구마다 이틀에 한 번씩 한 사람만 나와 생필품을 구하도록 했다. 사람과 물자를 맘대로 동원하고 통제하는 공산당 독재가 아니면 꿈도 못 꿀 일들이다.

▶얼마 전 우한 시장이 TV에서 “우리는 (베이징) 허가를 받아야 (폐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 눈치를 보다가 초동 대처에 한 달이나 늦었다. 민주국가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상상 초월이고 그것에 대처하는 것도 상상 초월이다. ‘우한 폐렴’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이란 나라의 민낯을 또 한 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