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방역 체계의 구멍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우한 폐렴이 메르스, 독감과 견줘 전염력과 전파 속도가 높을 뿐 아니라 전파 경로도 종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방역 체계가 이 같은 불확실성을 대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파 속도 빠르고 전파 경로도 종잡을 수 없는 우한 폐렴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되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중국 입국자를 1대1로 집중 검역하는 등 중국발(發) 항공편에 대한 검역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일본에서 일본 내 확진 환자에게 감염된 중국인 남성(48·12번 확진자)이 국내로 들어와 확진 판정을 받고, 그의 아내(40·14번 확진자)도 전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원·군산·강릉… 확진자들이 다녀간 곳 비상 - 2일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방역 관련 조치들이 내려졌다. (왼쪽부터) 6번 확진자가 예배를 본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앞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12번째 확진 환자가 다녀간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입구엔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15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경기 수원시에선 수원역 인근 중국인 거리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전북 군산시 이마트 군산점은 잠정 휴업을 했다. 12번째 확진자가 지난달 22~23일 강원도 강릉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릉시 공무원들이 강릉역에서 열상 감지기로 승객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2번 확진자가 중국인이라 일본은 일본 내 확진 환자의 접촉자 명단을 중국에 통보한 것이고 한국에는 (한국) 국적이 아니다 보니 사전에 통지는 안 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우리가 환자 신고를 받고 일본에 확인한 결과, '접촉자가 맞는다'고 해서 조치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우한 폐렴 환자가 접촉한 사람의 이동 동선이 한·중·일 사이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 본부장은 "국적 기반뿐 아니라 누군가 어디로 출국했는지까지 공유하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세기 탄 우한 교민 확진자, 검역 4번 했지만 못 걸러

지난달 31일 전세기로 국내에 들어온 우한 교민 중 13번 확진자(28세 남성)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과 한국 보건 당국의 네 차례 검역에서 증상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틀 만에 확진된 것이다. 그 기간 다른 교민들과 생활하면서 접촉할 가능성이 있었다.

13번 확진자는 지난달 31일 새벽 중국 우한 톈허공항에서 출발 직전 중국 보건 당국의 발열 검사를 통과했다. 이후 한국 보건 당국의 건강상태질문서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김포공항 도착 후 검역에서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건강상태질문서 검사(12명)와 김포공항 검역(6명)에서 걸러진 18명의 의심환자는 병원에 격리됐지만 그는 이 가운데 속하지 않았다. 임시 생활 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도착 직후에도 한 차례 검사를 더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가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접촉자 확인 안 된다"며 신라면세점·CGV성신여대 공식 동선서 빼

질병관리본부는 또 12번 확진자가 두 차례 찾은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과 5번 확진자(33세 남성)가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본 CGV 성신여대입구점을 공식 동선에서 빼 논란이 되고 있다. 질본은 이에 대해 "(두 곳에서) 가족이나 병원 의료진만큼 가까이서 만난 '밀접 접촉자'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질본은 5번 확진자와 함께 지난달 25일 오후 4시 45분부터 CGV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함께 본 180여 명을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질본이 집계한 그의 접촉자 수가 33명에 불과했던 이유다. 질본은 "5번 확진자의 증상 발현 시점을 26일로 보고 있어, 그 전날 같은 영화를 본 사람들을 따로 접촉자로 분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보건 당국이 파악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구멍이 드러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질본이 1일 오후 4시 44분 "중국에서 선박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인 수를 조회할 수 없다"고 했다가 같은 날 오후 8시 "(1월 31일 기준) 979명"이라고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질본은 "실무진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오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