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 도시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전체 감염자의 98%가 중국에 집중돼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감염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지도부 책임론도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일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23국에서 총 132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국가별로는 일본(20명, 2일 기준), 태국(19명), 싱가포르(16명), 한국(15명) 순이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다. 필리핀 정부는 2일 "홍콩을 경유해 필리핀에 도착한 중국 우한 출신의 44세 남성이 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텅 빈 중국행 비행기… 얼굴에도 방역액 - 지난 1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중국 광저우로 가는 비행기가 거의 텅 비어 있다(왼쪽 사진). 춘제가 끝나는 이맘때쯤엔 승객이 많지만 올해는 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손님이 끊겼으며, 중국을 오가는 민항기 운항이 대부분 취소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2일 중국 우한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을 싣고 바탐 지역의 공항에 도착한 전세기에서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방역이 실시되고 있다(오른쪽 사진).

중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는 최근 5일간 1459명→1737명→1981명→2099명→258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한 등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는 주말을 기점으로 감염자 증가세가 소폭 줄었지만 춘제(春節·중국 설) 후 귀경 인파로 인한 확산 우려가 여전하다. "이번 주 확산세가 안 꺾이면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초여름까지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사스 때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 사스 사태 당시 중국 지방정부나 선전 당국은 전염병 발생 사실을 숨겨 병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한에서는 작년 12월 초부터 '의문의 폐렴' 환자가 나오고 12월 중순 의료진 도 감염됐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달 20일에야 의료진 감염 사실을 공개했다. 1월 중순에는 태국에서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우한 이외 지역의 환자 발생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내) 다른 성(省)으로 전염되지 않고 바로 국경을 넘었다는 이야기냐"며 "참으로 애국적 바이러스"라고 정부를 비꼬았다.

지난달 20일 윈난성을 방문 중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염병 만연 추세를 단호히 억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에야 중국 각 지방정부가 감염 상황을 공개하고 도시 봉쇄, 통행 제한 등 대응에 나섰다. 마궈창 우한시 당(黨)서기는 지난 31일 "만약 조금 일찍 현재와 같은 통제 조처를 내렸다면 결과는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에 불리한 정보 통제도 여전하다. 우한시 공안(경찰)은 지난달 3일 소셜미디어에 신종 전염병 발생 관련 글을 올린 의료진 8명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수사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려처럼 신종 전염병으로 드러나자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이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입장문을 냈다. 중국 질병통제센터 전염병 전문가인 쯩광씨는 관영 매체 인터뷰에서 "8명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오히려 중국 국무원 직속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이 마시는 감기약인 솽황롄(雙黃連)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다는 취지의 글을 싣는 바람에 사재기까지 일어났다. 결국 전문가들이 나서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중국은 연일 시진핑 주석의 방역 지시를 전하며 그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리커창 총리가 이번 사태 이후 처음 우한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진핑 총서기의 위탁을 받아들여" 방문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 가운데는 시 주석이 방역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데 대한 의문과 불만도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8일 시 주석이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시 주석이 '내가 직접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던 중국 관영 매체들이 '우리 정부가 집단적으로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말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태에서 중국 선전 기관들은 시 주석 명성을 보호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위기가 예상보다 커지자 시 주석 보호를 위해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보여준 무기력함을 과거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와 비교하기도 한다.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교수도 "공산당이야말로 이번 사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