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트위터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급속히 퍼졌다.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폐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도쿄올림픽 중지?'란 제목을 붙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에는 5만건 이상의 관련 글이 올라왔고, '도쿄올림픽 중지'라는 해시태그가 인기 키워드에 올랐다. 이에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 담당상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변함없이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혀야 했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도쿄올림픽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계속 나와 일본 정부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우한 폐렴과 관련한 가짜 뉴스와 괴담(怪談)이 퍼지면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우한에 사는 사람들이 '좀비'가 됐다는 괴담이 확산했다. 사람이 밀집해 있거나 쓰러져 있는 사진 등과 함께 이들이 우한 폐렴에 걸려 좀비가 됐다는 말들이 인터넷상에 퍼진 것이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감염자들이 좀비화된다는 것은 허구"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개와 고양이에 의해 전파된다는 가짜 뉴스가 나돌아, 일부 주인이 반려동물을 고층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아시아와이어가 전했다. 한 전문가가 국영방송에서 "의심 환자와 접촉한 반려동물은 격리돼야 한다"고 말한 것이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와전돼 생긴 일이다. 그러자 WHO는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매개체로 염소와 양을 지목한 블로그 글이 퍼지자 파키스탄 국가식품안전부가 "그런 위험은 없다"고 해명하는 일이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갈증을 참으면 10분 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당신의 몸에 침투한다" "중국인 상점 주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등 가짜 뉴스가 퍼졌다.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는 이 소문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박쥐 수프를 먹은 중국인들에 의해 우한 폐렴이 야기됐다는 보도를 했다. 이 매체는 박쥐 수프를 먹는 중국인들의 동영상을 게재했는데, 이는 2016년에 중국 밖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이번 사태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에서만 9만6000회 이상 공유되며 퍼졌다. 소셜미디어 분석 플랫폼 크라우드탱글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상위 10개 영문 링크 중 절반은 노골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우한 폐렴에 걸린 중국인들이 태국으로 대거 도주했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와츠앱' 등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법도 나돌고 있다. '헤어드라이어로 얼굴을 소독하라' '손소독제를 마시라' 등 다양하다. 마늘 달인 물, 라삼(인도식 수프 요리) 등 치료제로 거론되는 것도 많다.

관련 국가들은 대응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카자흐스탄 정부는 우한 폐렴 관련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람들을 체포했다. 미국 정부는 방송·라디오·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담은 공영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허위 정보 게시물들을 삭제했고, 트위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색하는 이들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웹사이트로 안내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가짜 뉴스는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퍼지고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