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탓에 잠실대교에서 뛰어내리려던 20대 청년이 택시기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됐다.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날려 청년을 구한 주인공은 송파구에서 31년째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강철수(60)씨였다.

31일 신천파출소 등에 따르면 택시기사 강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3시 45분쯤 잠실대교에서 뛰어내리려던 손님 A(25)씨의 뒤를 쫓아 투신을 막았다. 강씨는 이 과정에서 엉치뼈와 손바닥에 타박상 등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A씨를 태웠다. ‘자양동으로 가달라’던 A씨는 택시에 탑승한 뒤 홀로 눈물을 흘리더니, 이내 펑펑 울었다고 한다. A씨는 급기야 잠실대로 한복판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건물 앞에서 기자와 만난 택시기사 강철수씨.

강씨가 속도를 서서히 줄이자, A씨는 갑자기 차문을 열고 다리 난간 쪽을 향해 뛰어갔다. "어떤 상황인지 직감적으로 느낌이 오더라고요. 차문이 열리는 소리에 곧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따라 뛰었습니다" 강씨의 얘기다. 강씨는 간발의 차로 다리에서 투신하려던 A씨의 옷깃을 붙잡았다. 이미 A씨의 몸은 난간을 넘어선 뒤였다.

둘의 몸싸움은 한동안 지속됐다. A씨의 몸을 감싼 손에 힘이 서서히 빠지자, 강씨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고 소리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근을 지나던 운전자가 합세해 A씨를 끌어냈다. 하지만 몸이 끌어올려진 A씨는 다시 난간을 향해 달렸다. 강씨와 운전자는 또 다시 달려가 A씨를 겨우 끌어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A씨를 인근 파출소로 인계하고, 상황이 종료될 수 있었다.

경찰과 강씨 등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인 A씨는 생활고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A씨는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이날 상황이 종료된 뒤 부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를 구하는 과정에서 인도 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골반뼈를 다친 것이다. 강씨는 "청년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에는 아픈 줄도 몰랐다"고 했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했지만, 진료비 11만8000원은 강씨의 부담이었다. A씨는 경찰을 통해 강씨에게 "며칠만 시간을 주면 일을 구해 차비와 치료비를 갚을 테니, 계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강씨는 "치료비는 받은 셈 칠 테니, 대신 앞으로 다시는 죽을 생각 말고 열심히 살아라"고 답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하지만 강씨의 사정도 넉넉지 않다. 미혼인 강씨는 5년여 전부터 일정한 주거지 없이 홀로 사우나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응급실 치료비도 동료 기사들에게 돈을 빌려 지불했다고 한다. 하루에 12시간씩 운전석에 앉아 일하는 그는 만성 방광염도 앓고 있다.

지난달 31일 다시 만난 강씨는 "항상 앉아서 운전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엉덩이와 골반의 통증 때문에 정상 근무가 쉽지않다"면서도 "사람의 목숨을 살려놓고 치료비를 달라고는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강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경찰도 도움을 줄 방안을 찾고 있다. 경관수 신천파출소장은 "현행법상 민간인이 구조활동에서 상처를 입어도 치료비를 지원할 법적 제도가 마땅치 않다"며 "경찰서와 구청이 협의해 강씨에게 포상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또 A씨 가족을 인근 주민센터와 연결해 지원방안을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