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소설가

밀레니엄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전염병에 노출되어 왔다. 전염병은 전쟁 중 많이 발생했다. 1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병명과는 다르게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2500만에서 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오년 독감’이라고 불렀는데 740만여 명이 감염되어 14만여 명이 사망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때도 전염병이 발생했다. 그들이 1812년 러시아 원정에 실패해 퇴각한 것은 추위뿐만 아니라 프랑스 군대에서 유행했던 티푸스라는 전염병 때문이었다.

"이런, 염병할!"이라는 말이 있듯 전염병은 이질적 혐오 대상이다. 율라 비스의 책 '면역에 관하여'에는 "질병이란 우리가 타자로 정의한 자들이 만들어내는 거라는 오랜 믿음을 더 부추긴다"고 말한다. 수전 손태그가 말했듯 "매독은 영국인들에게는 프랑스 발진이었으며, 파리 사람들에게는 독일 질병, 피렌체 사람들에게는 나폴리 질병, 일본인들에게는 중국 질병"이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우한'이라는 지역명을 넣고 빼는 문제로 견해가 맞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율라 비스는 무엇보다 집단면역을 강조한다. 효과가 작은 백신이라도 다수가 접종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 바이러스 이동이 어려워 백신 미접종자도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아이 출산 후 백신에 대한 두려움에 맞서며, 백신과 예방접종이 실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는지 규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녀가 말한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라는 말은 이때 유효하다.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늘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개인위생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집단면역에 의지하는 한, 우리 모두는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