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련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지금은 어딜 가나 여행이 보편화한 세상이다. 나도 한때 무슨 여행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안달복달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남들이 가본 데는 가 봐야 하지 않나, 하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듯, 이내 시들고 말았다.

요즘은 나만의 소박한 여행을 꿈꾼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작정 떠난 내 스타일의 낭만을 즐긴다고나 할까. 그건 바로 함께 버스를 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여행은 자가용을 타고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을 준다. 그래서 옛 추억을 살리고 싶은 날엔 무작정 버스 여행을 떠난다. 종점까지 가서 그곳의 맛집, 찻집 순례를 하는 것이다. 거대한 건물들과는 다른 나직한 곳들이 참 좋다. 어차피 유럽을 다녀와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화려한 도시보다 시골 곳곳을 탐방하는 프로방스 여행을 꿈꾸지 않았던가.

허허벌판이면 어떠랴. 김밥 한 줄 들고 잠시 들바람을 쏘이는 맛은 일품이다. 아주 가끔 비라도 오는 날이면 비 내리던 날의 추억을 일궈내며 조금 멀리 떠나기도 한다. 남편이 싫어하면 혼자 다니기도 머쓱할 텐데, 내 버스 여행에 호흡을 맞춰주니 다행이다. 어쩌다 만나는 시골 5일장 구경은 덤이다. "돈도 안 들면서 낭만은 백배! 그렇죠?" 남편도 고개를 끄덕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시절 함께 들었던 음악을 한쪽씩 이어폰 줄로 연결해 귀에 꽂고 잠시 청춘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떠나기 전 살짝 마음먹었던 '동시 착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내 손엔 어느새 풀꽃 한 줌 들려 있다. 그래도 좋다. 한 달에 한 번 떠나는 낭만 여행! 다음엔 또 어디로 떠나볼까. 생각만으로도 설레어 벌써부터 콧노래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