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 교수

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확진자가 6000명, 사망자는 132명이라고 발표했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 렁 교수는 잠복기에 있는 환자를 포함하면 환자가 4만3000여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네 번째 환자 발생 이후 평택, 용인, 동해 등 전국 각지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불과 5년 전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해 병원 정보와 환자 정보를 감추는 바람에 오히려 병원 내 감염을 통해 확산됐다. 이번 우한 폐렴도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하고 환자 발생 정보를 감추는 바람에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전달해야 불필요한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우한 폐렴의 주범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높다. 또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잘 전파되기 때문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확산 방지의 가장 시급한 목표는 2차 감염률을 낮추는 것이다. 의심 환자 조기 발견과 진단, 신속한 격리와 치료 등이 긴요하다. 전 국민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발적 신고를 통해 전파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 통제, 휴교, 대중 행사 취소, 자택 근무 등 엄격한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며칠 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주재로 '신종 코로나 관련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청와대 국가 위기 관리 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총리실의 내부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방역 활동을 지원한다고 했다. 컨트롤타워라는 단어는 6년 전 세월호 사고 때의 기억을 소환했다. 당시 사고 발생 며칠 후 우리 대학의 교수들과 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직원들로 꾸린 의료진은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청와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전남도청 등 모두 컨트롤타워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정작 그 역할을 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진도 보건소의 도움으로 체육관 뒤쪽에 의료 지원 텐트를 치고 1주일간 진료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관은 현장에 가면 역학조사는 물론이고 지방정부와 경찰, 의료진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갖는다. 메르스 사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년 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것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인력과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오늘 이 시간에도 현장에서 애쓰는 질병관리본부 직원들과 방역 담당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정부는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한은 중국 중남부 중심 도시로서 매일 베이징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만 10편이 넘고 고속 열차는 상하이, 충칭, 정저우 등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시에 하루 수십 편씩 운행한다. 전면 통제가 시작된 23일 이전 이미 우한 시민 500만명이 도시를 빠져나갔는데 지금 와서 우한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전수조사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경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한계가 있다. 결국 해답은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다. 국민 각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고 본인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공공장소에서 남에 대한 배려와 작은 실천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방역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