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예림 탐험대원

일본 최대의 변호사 중개 사이트인 벤고시닷컴(bengo4.com) 게시판에 지난 25일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남편이 불륜 상대인 여성에게 1000만엔을 줬어요.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2시간 뒤, 변호사 나가타 아쓰히사씨가 답을 달았다. "차용증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벤고시닷컴에선 이 같은 법률 상담이 무료다.

원할 경우 변호사를 선택해 유료로 소송을 의뢰할 수도 있다. 2005년 문을 연 벤고시닷컴에는 일본 변호사 4만명 중 1만6000명(40%)이 등록돼 있다. 누적 상담 건수는 90만건에 달한다.

일본 리걸테크(법과 첨단 기술의 결합) 시장은 세계 4위(3250억원) 규모다. 성장도 빠르다. 2018년 9월 창립한 일본리걸테크협회의 회원사는 1년 4개월 만에 20곳에서 200곳으로 10배 증가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뿐 아니라 관련 기술을 앞서 도입하려는 기업이 다수 가입해 있다. 일본 최대 중고 거래 앱인 '메루카리'가 대표적이다.

이자와 분페이 일본리걸테크협회 회장은 "리걸테크 서비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페인(pain·고통)형과 수익 창출을 도와주는 게인(gain·이득)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계약서 작성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전자결재로 쉽게 해결하는 서비스는 페인형에 속한다. 일본 리걸테크 기업은 대부분 페인형이다.

리걸테크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게인형 기업의 선두가 벤고시닷컴주식회사다. 주로 의뢰인과 변호사를 이어주고 광고를 유치해 매출을 올린다. 도타가미 요시카즈 벤고시닷컴 사업개발부장은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거리를 좁혀보겠다는 모토에 다이치로 변호사의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5년 전 인터넷에서 이사 업체를 검색하던 모토에 변호사는 '변호사도 검색해서 바로 찾을 수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에 벤고시닷컴을 만들었다고 한다. 벤고시닷컴 오재석 시니어 컨설턴트는 "리걸테크의 비전을 믿고 꾸준히 투자해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