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23·두산)를 만난 지난 15일 그의 휴대폰은 불이 났다. 사흘 뒤 결혼 예정이라 축하가 쏟아졌고, 인터뷰 도중엔 그가 군 면제(공익장기대기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군대를 안 가서 시원섭섭하겠다고 묻자 이영하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국 남자 중에 군대 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두산의 우완 에이스는 무척이나 솔직하다.

이영하는 지난해 두산의 우승 공신이다. 프로 데뷔 5년 차인 이영하는 지난해 다승 공동 2위(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로 활약했다. 팀의 4~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말미엔 리그 최고 구위를 뽐냈다. 그의 뒷심에 힘입어 두산은 한때 9경기 차로 벌어졌던 SK를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두산 투수 이영하는 “모든 사람의 장점을 빨아들여 나만의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영하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11월 프리미어12 마운드에도 섰다. 류현진-김광현-양현종 등 좌완으로 이어지던 한국 에이스 투수 계보에 모처럼 등장한 오른팔 간판으로 주목받았다. 191㎝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150㎞대 강속구, 직구와 변화구의 쭉 뻗는 궤적이 비슷한 것이 장점이다. 그는 올림픽 전초전 격이었던 프리미어12에서 불펜 투수로 5경기에 나와 8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5안타 4볼넷 6삼진 1실점했다.

"일단 안 다치고 올 상반기에 잘해 최종 대표팀 명단에 드는 게 중요해요. 일본에서 인상 깊은 선수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오타니 쇼헤이 말곤 생각나는 선수가 없는데…. 불펜은 강한데, 타격은 한국이 전혀 안 밀린다고 봐요. 저도 전력 분석엔 열심히 참여했지만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타석에 누가 있든 제 공만 던졌어요."

이영하의 장점 중 하나는 체면 무릅쓰고 먼저 찾아가 알려 달라고 매달리는 성격이다. 조쉬 린드블럼(33·밀워키 브루어스)은 지난해까지 그의 멘토이자 야구 교사였다. 이영하는 그에게서 슬라이더·커터 등 구종과 루틴 관리법, 허리에 무리가 안 가는 운동 자세 등을 캐묻고 배웠다. 그는 "린드블럼이 최근 영상 통화에서 '그렇게 많이 물어보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고 했다"며 "나 없이 잘 던질 수 있겠냐고 하길래 '걱정 말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입단 초기엔 팀 선배 이용찬의 룸메이트를 자청하며 공 던지는 노하우를 배웠다. 선동열 감독에게선 '스텝 앤드 스로' 동작을 배워 요긴하게 써먹는다. "롤 모델로 삼은 선수는 따로 없어요. 모든 사람의 장점을 다 빨아들여 나만의 야구를 하고 싶어요."

이영하는 선발 등판일 전날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먹고 물만 마신다. 가벼운 몸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와 순식간에 체중 2~3㎏이 줄 만큼 전력투구를 한다. 그는 "미친놈처럼 던지고, 경기 끝나면 미친놈처럼 먹는다"고 했다.

스트레스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PC방 온라인 게임으로 푼다. LOL(리그오브레전드)과 배틀그라운드를 주로 즐긴다. 그는 프리미어12 때 김광현 등 당시 SK 선수들과 도쿄 한인 PC방에서 게임하며 훨씬 친해졌다고 했다. "SK 형들 온라인 게임 너무 잘해요. 구단에 프로게임단이 있어서 그런가."

이영하는 지난해부터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동명이인 중년 배우보다 자신이 먼저 나온다며 뿌듯해했다. 올해는 안 다치고 더 잘 던져서 검색 우위를 굳히겠단다. 그는 4년째 꼈던 치아 교정기를 오는 3월에 벗는다.

"치아 교정기 떼면 잘생겨진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태 교정기 끼고 잘했기에 떼고 나면 어색해서 못할까 봐 걱정도 돼요. 그럼 다시 끼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