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탄핵이 남발되는 '탄핵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죠? 탄핵은 나라를 분열시키는 전쟁이라는 걸 알지 않습니까?"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 상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 탄핵 심판. 트럼프 변호인이 '탄핵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국론 통합을 역설하자 미국이 들썩였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1998년 빌 클린턴(73)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을 점화해 미국을 두 쪽 냈던 케네스 스타(Starr·73·사진) 전 특별검사이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일제히 "누가 이 말을 했는지 보라" "당신이 아는 그 스타 맞는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했다.

스타는 최근 트럼프 변호인단에 투입돼 이날 첫 변론에 나섰다. 22년 만에 탄핵 무대에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역할이 바뀌었다. CNN은 스타가 매섭게 클린턴을 몰아붙이던 과거 영상, "이 정도의 일로 대통령을 쫓아내야 하냐"며 트럼프를 옹호하는 장면을 비교해 내보내기도 했다.

스타는 1998년 당시 의회를 압도하며 탄핵 정국을 주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특검의 대명사'처럼 불린 인물이다. 판사 출신인 스타는 클린턴 부부가 부동산 개발업자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담은 '화이트워터 사건'에 1994년 특검으로 투입됐다. 화이트워터 수사는 지지부진했지만, 우연히 클린턴과 24세의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관계를 알게 됐다. 스타는 하원에 보낸 475쪽짜리 보고서에서 현직 대통령의 혼외정사를 마치 포르노 소설처럼 적나라하게 묘사해 충격을 안겼다.

'스타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생중계되면서, 미국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反)스타와 보수 중심 친(親)스타로 나뉘어 정쟁에 빠졌다. 스타는 클린턴에게 11개의 탄핵 사유가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하원에선 위증과 사법방해 두 가지만 통과됐고, 상원에선 야당인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쏟아져 부결됐다. 스타 특검은 탄핵의 역풍을 맞았다. 스타의 가족은 살해 위협 때문에 경찰의 24시간 신변 보호를 받아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래 '보수의 영웅'인 스타를 싫어했다고 한다. 1990년대는 부동산 사업가인 트럼프도 각종 성추문으로 악명을 떨치던 때였다. 트럼프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스타가 성(性)풍속 단속관인가? 그는 광기 어린 미치광이"라고 했다.

그런 트럼프가 이번에 스타를 영입한 건 그가 보수 신념이 확고해 지지층이 많은 데다, 탄핵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스타 발탁은 법리적으로 영리한 선택인 동시에, 정치적으론 매우 선동적인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