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세기로 데려올 우한 체류 국민 700여명을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동남구 유량동)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목천읍)에 격리하기로 하고, 이를 28일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오후 '우한 폐렴' 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격리 시설은 아직 검토 단계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발표를 미뤘다. 정부 안팎에선 "거세게 반발하는 지역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정부가 갈팡질팡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격리 지역이 천안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은 이날 오전부터 급속도로 퍼졌다. 천안 주민들은 "만만하면 천안이냐. 천안으로 선택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라"며 들끓었다. 주민 고모(51)씨는 "지난번에는 라돈 침대를 주민들과 상의 없이 천안에서 해체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폐렴 위험 집단 격리 시설을 만드느냐"며 항의했다. 2018년 5월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파문이 일었던 매트리스 11만 개가 마땅한 처리 장소를 찾지 못해 해당 업체 천안 공장에 쌓여 있는 상황에서, 우한 체류 국민까지 천안으로 온다는 소식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고씨는 "지금 천안시장이 없다고 정부가 천안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지난해 11월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 형인 벌금 80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아 낙마, 현재 천안시는 구만섭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 조모(45)씨는 "격리 시설로 언급된 연수원은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밖에 안 된다"며 "천안이 근방에서 제일 큰 도시라 예산·아산 등에서도 이동 인구가 많아 확산 가능성이 큰데 위치 선정이 잘못된 거 아니냐"고 했다.

우정공무원교육원 주변에는 충남소방학교와 청소년수련원이 있고 식당과 카페 70여곳도 성업 중이다. 주택단지도 형성돼 있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도 직선으로 300여m 떨어진 곳에 목천초·고교가 위치해 있고 독립기념관도 가까워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상태다.

천안 주민들의 반발에 정부는 "아직 특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후보지는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우한 체류 국민의 귀국 항공편 도착 공항에 대해 "이미 정하고 방역 조치 등 준비는 해놓은 상태"라며 "공항에서 이동 거리가 너무 길지 않고 수용 규모가 적정한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