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겨냥해 영입한 '2호 인재' 원종건(27)씨가 28일 미투 의혹에 휘말려 출마를 포기했다. 원씨는 민주당이 4월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지금까지 영입한 14명의 정치 신인 중 유일한 20대였다. 그런 그가 옛 여자친구가 인터넷에 미투를 폭로한 지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민주당의 인재 영입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미지와 감성에 의존한 이벤트에 치중해 정치인으로서 자질이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 원종건씨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4월 총선에 내보낼 외부 인사 14명을 영입했다. 모두 '영입인재 ○호'란 이름을 붙여 당이 영입식을 열어 당사자들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원씨도 어린 시절 시각 장애인 어머니를 둔 사연이 TV 프로그램에 방영된 적이 있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옛 여자친구가 온라인에 데이트 성폭력을 당했다는 등의 폭로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총선 출마를 스스로 포기했다.

민주당은 원씨 관련 의혹에 대해 "사생활 문제라 영입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이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해명에도 당 안팎에서는 원씨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원씨가 작년 12월 29일 영입됐을 때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사생활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글이 돌았다. 원씨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당의 부실 검증을 질타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당원은 "원종건은 엄연한 성범죄자"라며 "원종건이 다니던 학교와 직장에서도 이미 유명했던 이야기고, 기자들도 다 알고 있었다는데 민주당만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인재 영입할 때 최소한의 검증도 안 하냐"고 했다. 다른 당원은 "성범죄자 원종건 탈당시키고 당 차원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집권당이 국민 앞에 건실한 20대 청년으로 소개한 '인재'가 데이트 성폭력 논란에 휘말려 낙마하면서 민주당이 영입한 다른 인사들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32)씨는 입당식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당시 관행"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야당은 "오씨가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청년들, 땀 흘리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소방관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의 삐뚤어진 사고방식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오씨는 "지금의 기준으로 그 당시의 기준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영입인재 8호로 이소영(35) 변호사를 영입하며 '환경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한변협에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지 않아 스토리 포장을 위해 경력을 과장한 것 아니냐는 구설에 올랐다. 변협 규정에는 전문 변호사로 등록돼 있지 않은 변호사가 '전문'이라는 표현을 쓸 경우 징계 등을 받도록 돼 있다. 민주당 측은 "보도자료를 작성한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원씨 낙마를 계기로 여야(與野) 가릴 것 없이 선거철만 되면 인재 영입이라는 이름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선거에 내보내는 정치권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이 스스로 인재를 기르지 않고 선거철에 홈쇼핑 광고하듯 '인재'라며 스토리와 이미지로 포장된 인물 내놓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예비후보는 "청년을 영입하고 '인재'라고 말하지만, 정당에겐 한 철만 써먹는 '일회용 밴드' 성격이 강하다"며 "대중적인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청년 표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야당 관계자도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 정체성과 사생활과 평판이 검증된 인재를 총선에 내보내기보다 대중에 먹힐 만한 이미지와 스토리를 갖춘 외부 인사 영입에 치중하다 보니 문제성 인사가 걸러지지 않고 국민 앞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원씨 문제와 관련, "두 정당에서 정치 할 준비가 하나도 돼 있지 않은 인물을 과거에 TV 방송에 나와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경쟁적으로 영입하려 했다"며 "이 감성 마케팅은 카메라 앞에서 연출되는 허구적 이미지 속으로 '진짜 정치'를 사라지게 만든다. 인재영입이라는 판촉 이벤트가 '정치'를 증발시켜 버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