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예비 후보 중 '대통령 직속 위원회' 경력을 내세운 후보만 60명이라고 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는 위원장부터 대변인, 전문위원까지 줄줄이 출마 선언을 했다. 작년 말 균발위가 "전국의 지역 전문가를 영입한다"며 10여 명인 소통위원을 350여 명으로 대폭 늘렸는데, 이들 중 20여 명은 이 명함으로 '문재인 마케팅'을 하며 총선에 뛰어들었다. 대통령 자문 기구가 '총선용 스펙 공장' 으로 활용된 셈이다. 임명장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처음부터 균형 발전에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70여 명에 달하는 청와대 출신 출마자 상당수는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와대 경력을 '진문(眞文·진짜 친문)' 증표로 내세우며 주로 현역 의원이 '골수 친문'이 아닌 곳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 왔다면서 돌연 등장한 분과 공천을 다퉈야 한다. 그분은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걸었다"는 글을 올렸다.

정권이 대통령 측근들을 선거판에 내려보내는 건 늘 있던 일이다. 20대 총선 때도 전 정부 참모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출마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그 정도가 심하다. 국정은 뒷전이고 모든 게 총선에 맞춰져 있다.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진 공직자가 134명으로 사상 최다다. 총선 출마자를 위한 크고 작은 청와대 인사 이동만 재작년 이후 15번이나 있었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 "낙하산도 아니고 공수부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이런 친문 출마 러시는 문 대통령의 의중 없이는 불가능하다. 총동원령을 내린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회에 친문계를 대거 포진시켜 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을 깔아놓겠다는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등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사건이 검찰에 줄줄이 걸려 있다. 안면몰수하고 수사팀을 다 쳐냈지만 언제 칼끝이 다시 향할지 모른다. 이 모든 걸 국회 내 '청와대 호위대'로 막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