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검찰 기소권 남용, 감찰받을 것" 주장하자
법무부, 1시간 만에 崔 기소한 검사 감찰 방침 발표
대검 "검찰총장 권한·책무 근거해 적법한 기소했다"
법조계 "靑·법무부, 피의자 감싸기 度를 넘어섰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로 최 비서관을 기소한 23일 오후 법무부는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는 날치기 기소"라며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하겠다고 나섰다. 검찰은 즉각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기소"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재판에 넘겨진 최 비서관은 변호사를 통해 "검찰권을 남용한 ‘기소 쿠데타’"라며 "윤석열 검찰총장과 수사한 검사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과 청와대·법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있는 양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현 정권 수사를 지휘한 검찰 중간 간부들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8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에 이은 이른바 ‘2차 대학살’이었다. 법무부가 인사를 발표한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쯤 검찰은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그러자 최 비서관 측은 오후 6시쯤 기자회견을 자청해 "윤 총장을 중심으로 특정 세력이 보여온 행태는 적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내부 지휘계통도 형해화시킨 사적 농단의 과정이었다"면서 "관련자들을 모두 고발해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직권남용이 진정 어떤 경우에 유죄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주겠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이후 1시간쯤 뒤 법무부는 기자들에게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에 대한 법무부 입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적법 절차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 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 필요성을 확인했다"면서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최 비서관의 기소 경과에 대한 사무보고를 받아 파악했다는 기소 경위는 이렇다. 최 비서관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은 전날(22일)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검찰 인사 발표 전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이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피의자를) 소환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법무부는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반부패수사2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지검장의 결재·승인 없이 최 비서관을 기소했다고 한다. 15분 뒤 발표된 법무부 인사에서 송 차장과 고 부장은 여주지청과 대구지검으로 각각 발령났고, 이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됐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상 지검장은 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면서 "특히 이 건과 같은 고위공무원에 대한 사건은 반드시 지검장의 결재·승인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면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규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 지검장의 처분에 따라야 했다는 취지다.

추미애 법무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은 곧바로 법무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대검은 최 비서관 기소와 관련해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윤 총장이 직접 지휘해 기소하게 됐다는 취지다.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전날 정례보고 때 직접 이 지검장을 불러 기소를 지시했다. 송 차장과 고 부장 등은 이 지검장 부임(13일)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줄곧 기소 의견을 냈다고 한다. 수사팀과 검찰총장의 의견이 일치했는데, 중간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장만 반대한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행정적으로는 최 비서관 기소는 차장 전결사항이어서 이 지검장의 서류 결재가 필수적인 요소도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고, 적법성이나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검찰 한 간부는 "최고 결정권자까지 보고가 이뤄져 승인된 사안인데, 이 지검장이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은 채 실무진의 기소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작년 조국 사건부터 최근까지 중요사건은 모두 총장 보고·승인 아래 사건들이 처리돼 왔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총장 지시로 이뤄진 기소를 지검장이 막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을 감찰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오히려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가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윤 총장의 기소 지시에 불응한 이 지검장에게 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범죄 피의자를 감싸는 게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급 인사 때는 인사안 보여달라고 했다고 항명 운운하더니, 이제는 총장 지시 어긴 지검장은 아무말 않고, 지검장 지시 어긴 수사팀만 감찰하겠다고 한다"면서 "그냥 대놓고 청와대 수사는 하지 말라고 찍어 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 비서관은 조사에도 불응하고있는 피의자인데 ‘검찰 내부 지휘계통을 형해화시킨 사적 농단’인지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청와대 내부 직원 감찰이 주 업무인 최 비서관이 어떤 경로로 검찰 내부의 의견 충돌 과정까지 알게 됐는지, 이 역시 또 다른 범죄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최 비서관 기자회견에 이어 법무부가 감찰 방침을 밝힌 것 또한 석연찮은 모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