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호흡기증후군(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된다는 소속이 알려지자 중국 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춘제(春節) 연휴(1월 24~30일) 귀성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 CNN방송은 21일 "지구상 최대 규모의 인간 대이동을 앞두고 아웃브레이크(outbreak·집단 발병)의 공포가 드리웠다"고 했다.

우한 폐렴이 처음 시작된 우한시는 이날 우한 밖으로 나가는 단체관광을 중단하고 도시를 빠져나가는 개인 차량에 대해서도 경찰을 동원해 선별적으로 검사한다고 밝혔다. 우한에서 열리는 각종 춘제 기념행사들도 줄줄이 취소했다. 또 시내 병원에 환자를 위한 병상 2000개를 준비하기로 했다. 우한시가 이날 발표한 확진 환자는 258명이었다. 우한은 인구 1100만명이 사는 중국 내륙 중심 도시로, 유학생 등 한국 교민도 1000여명 거주하고 있다.

이날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우한 셰화병원 등에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진료받는 데 3~4시간씩 걸렸다. 베이징 등 바이러스가 퍼진 다른 지역 병원에도 "열이 나는데 고향에 가도 되느냐"고 묻는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전염 예방을 위해 일반 의료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는 일반 마스크보다 차단력이 높은 방진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이 몰려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춘제 귀성을 포기했다"는 글도 속속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춘제 직후 학교가 개학하면 아이를 보내도 될지 걱정"이라며 "개학 직후 전체 학생을 상대로 발열 검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국 정부 소속 전문가들은 "몸이 안 좋으면 춘제에 어디 가지 마라"고 권고했다.

춘제를 앞두고 감염자가 크게 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2일 긴급위원회를 열어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제적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결정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WHO 전문가팀도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에 도착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 일부 네티즌은 "발병 20일이 지난 후에야 중국 정부가 나선다"면서 "바이러스는 저만치 앞서 가는데 정부는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홍콩 언론은 중국 사법·공안 분야를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의 소셜미디어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들이) 더 일찍 현장에 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법위는 반나절 만에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