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올해 춘제(중국의 설) 전후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 중 한 곳이 한국이다. 20일 한국에서 중국 우한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은 30대 중국 여성도 춘제를 맞아 한국에 여행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폐렴을 일으키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것으로 20일 밝혀지면서, 춘제 연휴 중국인의 중국 국내외 대이동이 바이러스 확산의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 정부가 지정한 공식 춘제 연휴는 1월 24~30일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태국, 일본 등 중국인 방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서는 전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서비스 회사 트립닷컴이 20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춘제 연휴 기간 중국인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에 이어 네 번째로 여행 비자를 많이 발급받은 국가다. 트립닷컴은 지난해 춘제 연휴에도 한국이 중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 10개 국가에 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인 여행자들이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면세품 포장을 풀고 있다.

중국민항협회(CAAC)는 이번 춘제 연휴에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가 일본, 태국, 한국 순이라고 밝혔다. 다른 여행 서비스 기업들이 집계한 자료에서도 한국은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중국인에게 인기 여행지로 꼽혔다.

중국여유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춘제 연휴 기간 중국 국내 여행자 수는 4억1500만 명에 달했다. 올해는 춘제 연휴 중국 국내 관광객 수가 5억5000만 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 여행도 올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춘제 연휴 기간 중국인 약 630만 명이 해외 여행을 떠났다. 올해는 춘제 연휴에 외국으로 나가는 중국인이 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한국은 중국 춘제 연휴에 중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라며 "많은 한국 기업이 소비력이 큰 중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대거 입국을 앞두고 중국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한국 보건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35세 중국 국적 여성의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을 20일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중국동방항공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 중국인 여성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 거주자다. 여성은 입국 전날인 18일 발열과 오한 증상으로 우한 병원에서 감기약 처방을 받았다. 이후 19일 인천공항 입국자 검역 중 발열 등 증상이 발견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가 진행됐고 20일 오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12~13일 우한을 출발해 태국에 입국한 중국인 여성 2명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았다. 16일 일본에서도 우한을 방문했던 30대 중국인 남성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진됐다.

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는 20일 베이징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먼저 나온 태국과 일본 모두 중국인이 굉장히 선호하는 관광지이고 우리나라도 중국인이 선호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 방역 당국이 체온 검사 등 방역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우한에선 19일 24시 기준 총 198명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폐렴 확진을 받았다. 이 중 4명이 숨졌다. 169명이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특히 9명은 위중한 상태다.

중국 수도 베이징(5명), 남부 광둥성(14명), 동남부 상하이(1명)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중국 전체에선 20일 오후 기준 21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