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국회 보좌진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하위 20% 컷 오프(탈락)' 명단이 담긴 일명 지라시(정보지)가 돌았다. '도는 글' '하위 20%'라는 제목이 달린 이 짧은 글은 온라인을 통해 급격히 퍼지면서 민주당 의원실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의원 12명 이름 외에는 전혀 정보가 없었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의원 면면을 보니 개연성이 있다"는 반응과 "일부 의원은 의외"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활동과 의정활동 등을 평가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 23명을 공천 배체시키기로 하고 평가를 진행해 최근 명단을 확정했다. 지난주부터는 해당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가 시작됐다는 말도 돌았다. 민주당은 "통보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전날 의원 실명이 담긴 지라시까지 돌면서 민주당 안에서는 "사실상 공천 배제 살생부"란 반응이 나오는 등 술렁였다.

지라시에 거명된 의원 12명은 서울, 경기, 인천, 충청, 부산 등 지역구가 전국적으로 골고로 분포돼 있다. 선수(選數)는 초선부터 다선 중진까지 다양했다. 기자들의 문의에 해당 의원실에서는 "그런 통보 받은 사실 없다", "우리는 절대 아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의원 보좌진들은 기자들에게 "우리 의원을 모함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 아니냐" "신빙성이 있어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하위 20%에 포함된 의원은 원칙적으로 공천에 배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경선에서 감점이 부여돼 공천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하위 20%에 들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경선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회 주변에서 돈 지라시를 두고 '공천 살생부'란 말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하위 20% 대상자 명단을 담은 지라시가 눈에 띠는 것은 이른바 '친문(親文)' 핵심으로 꼽히는 의원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 안에선 "이번 공천에서 비문(非文)을 쳐내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담긴 지라시"라는 말이 돌았다. 지라시에 거명된 의원 상당수가 비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 친문 인사는 "절대 지라시에 불과하다고 본다"면서도 "거명된 의원에 친문도 없지 않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라시'에 담긴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윤 사무총장은 "(하위 20% 명단은) 받았지만 개봉을 안했다"며 "(그 내용은 저도) 못 봤다"고 했다. 그는 "(명단은) 밀봉된 상태"라고 했다.

민주당은 21일 오후 공천관리위원회를 열고 하위 20% 명단을 비공개하는 방침을 공식 확정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 안에서는 명단을 공개하자, 하지 말자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가 명단이 공개될 경우 해당 의원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당사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공개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 반발은 물론 이들이 경선을 통과할 경우 본선에서 다른 당 후보에게 흠을 잡힐 수 있다"면서 "명단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명단이 당장 공개되지 않더라도 추후 이런저런 경로로 새어나올 경우 분란 소지가 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은 18대 총선 때 하위 30% 의원들을 공천배제하기로 하고 관련 의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