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재직 시절 금융 관련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재수(56) 전 부시장이 "골프채와 항공권은 사적 친분관계로 받은 것이므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에서 열린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다.

20일 서울동부지법에서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한 정식 재판에 앞서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 유 전 부시장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 이익을 수수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불분명하다"며 "직무 관련성이 있는 수수가 아니라 서로의 신상과 가족의 대소사를 알면서 교류하고 챙기는 관계에서 수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기획조정관·금융정책국장 등으로 근무하며 2010년쯤부터 자산운용사 등 업체 4곳으로부터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3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이 받은 불법 이익 내역에는 동생 취업 외에도 초호화 골프텔 무상사용, 고가 골프채, 항공권 구매비용, 오피스텔 사용대금, 책 구매대금, 선물비용, 아들 인턴쉽 등이 포함됐다. 또 부동산 구입자금을 무이자로 빌린 뒤 이를 제대로 갚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오피스텔 월세 및 관리비 대납 혐의와 관련해서는 "오피스텔을 이용한 적이 없다"면서 "설사 이용했더라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항공권과 골프채 수수 사실은 인정하지만 먼저 요구하지 않았고,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2010년초 금융업계 관계자에게 강남에 아파트를 사기 위해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렸다가 완전히 변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며 "변호인 측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부인하고 공소시효를 언급하는 부분은 모두 기존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수사 및 혐의 적용 범위 검토가 이뤄졌으며 해당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월 3일 다음 공판부터는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