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오른쪽)와 인사청문회준비단 소속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가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검찰 '대학살' 인사 이후 지난 13일 부임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지난주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핵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에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서울 동부지검 수사팀은 "수사 기록을 안 본 것 아니냐"고 반박했고 윤 총장이 "수사팀 의견이 맞는다"고 최종 정리를 하면서 '조국 불구속 기소'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6일 윤 총장 주재로 대검에서 열린 반부패부 회의에는 심 부장과 대검 연구관, 동부지검 수사팀 등 8~9명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심 부장은 "감찰 중단은 백원우, 박형철 당시 비서관과의 3인 회의에서 결정" "민정수석의 정무적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과 청와대가 주장해 온 '조국 무죄(無罪) 논리'와 흡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동부지검 홍승욱 차장 등이 "수사 기록을 보셨느냐"고 반박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유재수 사건'과 관련,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그 죄질이 좋지 않다" "법치주의 후퇴"라고 했다

또한 심 부장은 '16일 회의' 이전에 휘하의 대검 연구관들에게 "'유재수 사건'에서 조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 청구까지 한 사건의 결론을 뒤집으려 하자 대검 연구관들은 크게 반발하고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이번 '검찰 대학살' 인사가 정권과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방탄(防彈)용'이었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법대 운동권 출신으로 조국 전 장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심 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요직을 거치다가 최근 검사장으로 승진, 반부패강력부장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