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거란 착각도 마라."

지난 9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의 한 장면. 첫 소절을 듣자마자 심사위원 장윤정의 입이 떡 벌어졌다. 똑같은 사람이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훌륭하게 부른 뒤였다. 아리아에서 "빈체로(Vincero·승리하리라)!"를 부를 땐 커다란 덩치에서 최대의 소리를 토해내더니, 트로트에선 그중 일부만 가져다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심사위원들은 "성악 발성이 전혀 없다" "같은 사람 맞느냐"는 찬사를 쏟아냈다.

16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김호중(가운데), 임영웅(왼쪽), 홍잠언이 각각 예선 진(眞)·선(善)·미(美)로 뽑혔다. 이날 출연자 101팀의 마스터 예심이 끝나 본선 진출자 48명이 선발됐다.

완벽하게 계산된 '반전 트롯'을 선보인 김호중이 16일 방송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3회에서 영예의 예선 '진(眞)'을 차지했다. 이날 방송에선 총 101팀의 마스터예심이 끝났고, 이 중 진·선·미 3인을 선발했다. 선(善)은 지난 방송에서 '바램'을 부르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임영웅, 미(美)는 '항구의 남자'를 부른 아홉 살 홍잠언에게 돌아갔다. 이날 전국 기준 시청률은 17.7%(닐슨코리아). '진·선·미'를 발표하는 장면에서 순간 최고 시청률 19.9%(유료 가구 수도권 기준)로 다시 한 번 신기록을 세웠다.

김호중은 지난 2009년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고딩 파바로티'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부모가 가출한 뒤 할머니가 홀로 그를 키웠다.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주먹'으로 살기도 했지만, 이 방송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었다. 독일 유학을 거쳐 테너로 활동하다, 트로트에 도전했다. 이런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그가 방송에서 부른 '태클을 걸지마'는 포털 영상 클립에서 조회 수 55만3700건(17일 기준)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게 임영웅이다. 임영웅이 부른 '바램' 동영상 조회 수는 68만7000건(17일 기준)으로 김호중보다 더 높다. 호리호리한 몸에 단정한 외모, 큰 기교 없이 담백한 창법이 김호중과는 정반대라는 평가다. 지난주 홀로 자신을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담아 부른 '바램'이 시청자들 심금을 울렸다. 심사위원들도 "완급 조절이 수준급이다" "진심과 내공이 느껴진다"며 기립박수를 쳤다. 임영웅은 이날 본선 진출자 48인이 선보인 '장르별 팀미션'에서 댄스에도 도전했다. 임영웅이 포함된 현역부A '장민호랑나비'팀은 완벽한 칼군무를 소화하면서 노래까지 완벽하게 불러 올하트를 받았다.

'미'는 "내가 바로 홍잠언이다"를 외치며 엄마·이모들 마음을 사로잡은 홍잠언이 차지했다. 특유의 '단전에서 끌어올린 창법'으로 '항구의 남자'를 맛깔나게 불러 사랑받았다. 목소리를 힘 있게 눌러 뱉어내는 기교가 성인 가수 못지않다는 평가. 심사위원들도 "천재다" "10년 후가 기대된다" "끼가 남다르다"며 극찬했다.

이날 진·선·미 발표 장면이 달린 포털 영상에는 이런 댓글들이 '베스트'로 올랐다. '찬또배기도 잘하는데' '찬또배기가 마음속 1등'…. 댓글 주인공은 지난 방송에서 '진또배기'를 불렀던 신동부의 이찬원이다. 첫 방송에서 부른 '진또배기'가 20~30대 마음을 사로잡아 포털 동영상이 5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갓또배기' '찬또배기' 등 별명도 생겼다. 시청자들은 "또배기 분량 늘려줘라" "20대 마음을 홀랑 가져간 찬또배기… 네가 내 별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