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딸을 15년간 병간호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엄마가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치료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이 오롯이 70대 엄마의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17일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0·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4일 낮 12시 40분쯤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딸 B(당시 48세)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2012년 고관절이 부러져 혼자 움직일 수 없던 딸 B씨의 대소변을 받는 등 15년간 돌봐왔다. 그러나 오랜 병간호 생활로 인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범행 전 가족들에게 "딸을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등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딸을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올라가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사망하면 딸을 보살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딸을 죽이고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아픈 딸을 극진히 보살펴 왔고, 고령인 점,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면제를 먹여 잠든 딸을 살해했다"며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15년간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돌보며 상당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자신이 죽으면 피해자를 간호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같이 죽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만한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비극을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모든 범행을 인정한다"며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