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한국이 15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2대1로 승리하고 경기장인 태국 빠툼타니의 타마삿 스타디움을 빠져나갈 때, 한국 교민들이 자리한 관중석에선 '생일 축하곡'이 흘러나왔다. 이날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은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을 위한 노래였다. 이날 두 골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오세훈은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시했다. 오세훈은 "제가 팬들께 (멀티골) 선물을 안겨 드린 게 아니라 오히려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이렇게 경기장에서 골도 넣고 생일 축하까지 받은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일 전날인 14일 저녁 동료들과 함께 미역국을 먹으면서 '힘내서 골을 넣으라'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 골을 터뜨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태국 빠툼타니의 타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3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오세훈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리고 있다. 이날 생일을 맞은 오세훈은 2골을 넣었다.

이날 3전 전승, C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은 19일 오후 7시 15분 D조 2위와 8강에서 맞붙는다. 격년제인 이 대회는 2016년부터 올림픽 지역 예선을 겸한다. 최종 3위 이상 성적을 내야 올림픽 티켓을 따낸다. 2018 대회 우승팀인 우즈베키스탄은 이날 한국에 졌지만, 나란히 1승1무1패(승점 4)로 동률을 이룬 이란에 골 득실에서 앞서며 조 2위로 8강에 합류했다.

◇자신감 되찾은 공격수들

우즈베키스탄전 전반 5분에 터진 선제골은 행운이 따랐다. 미드필더 정승원이 벼락같이 날린 오른발 중거리 슛이 오세훈의 오른쪽 옆구리에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방향이 틀어지자 상대 골키퍼가 손도 못 써보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오세훈은 경기 후 "첫 골은 (정)승원이형 지분이 99%"라며 웃었다.

한국은 전반 20분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압디솔리코프의 헤딩슛이 우리 수비수 등에 맞고 굴절돼 골문 구석에 꽂히면서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에 오세훈이 작년 폴란드 U-20 월드컵(2골) 때 보여줬던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후반 26분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려온 침투 패스를 이동경이 그대로 통과시켰고, 오세훈이 수비수를 등지고 돌며 논스톱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U-17 대표팀 때부터 붙박이 최전방 스트라이커였던 오세훈은 이번 대회 중국 상대 1차전(1대0 승)에서 부진했다. 이란과 벌인 2차전(2대1 승)에서는 벤치를 지켰고, 대신 선발 출장한 조규성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보통 선수라면 좁아진 입지를 의식해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세훈은 "한 경기 못했다고 주눅이 드는 건 프로가 아니다"라며 "언제나 그라운드에 서면 준비한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해외파'임에도 1·2차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이날 상대 측면을 부수는 과감한 돌파력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대진표 신경 안 쓴다"

김학범 감독은 "대진표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유리한지 전혀 따지지 않는다"며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8강에서 맞붙을 D조 2위 팀은 16일 오후 10시 15분에 최종 3차전 결과를 통해 가려진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2무로 아랍에미리트, 요르단(이상 1승1무)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베트남으로선 탈락이 확정된 북한(2패)을 반드시 이겨야 8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