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 한국인·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제의 생체 실험 만행이 전 세계 과학자 30여만명이 교육받는 미국 연구 윤리 교재에 실렸다.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 가족 4명이 5년 넘게 노력한 결과다. 조박(45)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15일 본지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난 1일부터 홈페이지 '연구 윤리 연보'에 일본 731부대 과학자들이 한국인 등에게 저지른 생체 실험 만행을 처음으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NIH는 미국 최대 연구비 지원 기관으로 지난해 392억달러를 과학자 30여만명에게 지원했다. 연보는 NIH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가 매년 1~3회 수강해야 하는 연구 윤리 교재다. 새 연구 윤리 연보는 1932~1945년 편에 '중국인과 몽골인, 만주인, 러시아인들과 함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이청천 등 한국인이 일제의 생체 실험 대상이 됐다'고 적었다.

조박 교수와 어머니 박인애(71)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원, 형 조인(46) 펜실베이니아대 의사, 동생 조윤(40) 하버드 의대 교수 가족은 2014년부터 작년 말까지 NIH에 270회 넘는 이메일을 보내며 수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