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겨냥 "후배들에 미안하면 언론기고 신중하라"에 댓글 릴레이 130여개
임은정(46·사법연수원30기·사진)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자신의 "검찰 고위 관계자로부터 '인사거래'를 제안받았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법연수원 동기 정유미(48·30기) 대전지검 부장검사에게 반박하고 나섰다. 두 사람의 설전에 하루 사이 140여개의 동료 검사 댓글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달렸지만, 임 부장 편에 선 검사는 드물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5일 한 언론 기고문에 "2018년 2월 한 검찰 간부가 서지현 검사의 미투 사건 참고인이라 부득이하게 승진을 못 시켰다며 양해를 구하고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발령을 운운하며 느닷없이 해외연수를 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9월 법무부 간부가 연락해 '감찰담당관실 인사발령을 검토 중인데, 소셜미디어 활동과 칼럼 연재를 중단하고 전·현직 간부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도 했다.
이 같은 폭로에 정 부장검사는 14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부장에게-인사재량에 대한 의견도 포함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박했다. 그는 "네가 뭔가 오해한 게 아니라면 조직을 욕보이려고 의도적으로 당시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침묵하는 다수 동료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외부에 피력하며 조직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내용이 진실되고 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같은날 답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2월 21일, 인사동에서 윤대진 당시 중앙지검 1차장을 만났다. 연수원 동기인 여검사 한 명과 함께 왔다. 그 사람이 바로 정유미 부장"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임 부장은 "정 부장이 당시 주의 깊게 안 들었다고 하기엔 관련 대화가 너무 길어 못 들었을리 없다"며 "기억을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저만큼 기억력이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남일이기도 하니 기억을 못하는 걸로 선해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건망증이 다소 있는 언니가 남일을 얼마나 기억할까 궁금했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2001년 함께 검사 생활을 시작한 연수원 동기지만, 나이는 정 부장이 두 살 위다.
임 부장검사는 "윤 차장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 때문에 저를 부장 승진 못 시켰다고 양해를 구한 후 해외연수 제의를 하며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고 열심히 설득했었다"며 "진지하고 장황하게 설득하는 윤 차장에게 저 역시 진지하게 듣는 체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긴 했는데 속으로는 몹시 불쾌했다"고 했다.
이어 "시끄러운 사람 해외로 보내려는 의사가 노골적이었고, 미투 운운 거짓말을 한 사람의 나머지 말도 신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기인 중앙지검 부장을 옆에 두고 이미 동기들이 2회째 근무 중인 부산지검 여조부장 후임자리가 먹음직스러운 거래조건인양 내미는 거라 모욕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1차장에 불과한 소윤이 어떻게 인사 이야기를 할 수 있냐는 취지의 정유미 부장의 원칙론적인 반론은 솔직하지 못하다 싶어 나머지 주장은 솔직한가에 대한 회의가 좀 있다"고 덧붙였다. 윤대진 검사장은 친분이 두터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소윤(小尹)’, ‘대윤(大尹)’으로 불린다. 윤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냈지만, 최근 고위 간부 인사에서 비(非)수사 보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됐다.
임 부장검사는 "우리가 후배들에게 미안해합시다"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두 사람의 설전(舌戰)에 동료, 선후배 검사들의 댓글이 이튿날 오전 8시 반 기준 147개나 달렸다. 댓글 다수는 "일선에 있는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신다면 언론에 보다 신중하게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며 임 부장검사를 질타하는 취지였다. 이 댓글에 매겨진 릴레이 번호는 ‘131’번까지 이어졌다.
한 검사는 "임 부장님의 생각과 발언이 '검사들'의 것으로 둔갑해버릴 때마다 하루하루 한 명의 검사로서 해야할 몫을 다하려는 일선 검사들이 얼마나 박탈감과 상실감을 갖게 되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정계나 언론계 등에 진출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의견을 개진하라"며 사의를 권하는 글도 있었다. 두 사람의 검찰 선배인 박철완(47·27기) 부산고검 검사는 "정 부장 글에 공감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