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에 답하기 전 "참고로 (제 앞에) 모니터가 두 개 있는데 질문하신 기자님 성명과 소속, 질문 요지가 떠있다"며 "과거에도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서 미리 말씀드린다"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 때마다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답변이 올라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각본 없는 회견'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회견 도중 "국민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봐야 했는데, 임기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란 질문을 받자 난감해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며 "임기 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건 일절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임기 후엔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임기 후 좋지 않은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란 부제를 달고 진행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단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애초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107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회견을 진행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입장 전 사전 음악으로 '너는 그대로 빛난다(지산)' '돌멩이(마시따밴드)' '사랑의 재개발(유산슬)' '하늘을 날아(메이트)'를 틀었다. 이 중에서 최근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가수 데뷔한 방송인 유재석씨의 트로트곡 '사랑의 재개발'이 화제가 됐다. 청와대가 공식 행사에서 트로트곡을 고른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노래 후렴부의 '모조리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라는 가사에 청와대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