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블랙홀처럼 공무원 시험으로 빨려들어가는 현상을 외국에서는 한편으로는 의아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미국 LA타임스는 지난해 초 "한국의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2.4%로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 합격률 4.59%보다도 낮다"며 "전자·자동차·조선 등 민간 기업 덕분에 고속 성장을 일궈낸 한국에서 젊은이들이 안정을 찾아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취업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청년 대다수는 민간 분야 일자리 전망이 금방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아 공시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한국 젊은이들의 꿈은 K팝 스타도, IT 기업가도 아니라 공무원"이라며 "2018년 경찰 시험에는 18~40세 17만명이 응시하고 7294명이 합격해 4% 정도만 꿈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공무원 열풍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비용 부담을 안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보고서에서 공시생 증가로 인한 경제적 순기회비용이 17조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세월을 보내느라 기술과 경력을 쌓지 못하면 이후 생애 임금에서도 손실이 발생한다"며 "이는 개인적으로도 문제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손실을 줄이려면 민간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고 고용시장의 유연안정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유교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식 가치관과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도 공무원 열풍의 한 원인"이라며 "정부가 단기적인 공공 일자리 만들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차곡차곡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