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해질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웃으면 행복해지지.” “전 행복해지는 방법 따위 찾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저런, 그러면 안 돼.” “왜요?” “아빠는 네가 행복해지기를 원하실 테니까.” “아빠는 제가 아빠를 기억하길 바라실 거예요.” “아빠를 기억하면서 행복해질 수도 있잖니?”
-조너선 사프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중에서.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가슴 설렌 적 있을 것이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끝내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때, 기대는 불안이 되고 분노가 되고 슬픔이 된다. 하물며 공항으로 마중 가려고 집을 나섰을 때, 함께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의 충격은 어떤 것일까.
176명이 타고 있던 여객기가 이란이 쏜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 전원이 숨졌다. 이륙한 지 2분 만이었다. 책과 노트북을 꺼내고 수납함에 트렁크를 밀어 넣고 좌석 벨트를 매고 앉아 휴대폰을 비행기 탑승 모드로 설정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죽음이 닥쳤다는 걸, 다시는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걸,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겨를이나 있었을까.
2005년에 출간되어 영화로도 만들어진 조너선 사프란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9·11 테러 사건으로 아빠를 잃은 아홉 살 소년의 이야기다.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빠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아이는 늘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건물이 폭파되면서 흩어졌을 아빠의 세포들을 수많은 사람이 호흡할 때마다 들이마시고 내쉰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웃어도 안 되고 행복해서도 안 된다고 믿는다.
허공에서 펑, 영문도 모르는 채 증발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 떠나보내고 쉽게 잊고 쉽게 웃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확인할 길 없는 그들의 최후는 살아 있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고통과 그리움으로 끝없이 자란다. 누구라도 격추된 비행기의 승객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시는 못 만나도 후회 없도록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 지금 말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