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잃은 사람에 실업급여 등으로 나가는 고용보험 구직급여 지급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2월 노동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전년 대비 34.1% 증가한 6038억 원(잠정)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누적 지급액은 8조 870억원을 기록했다. 매달 평균 6700억원 이상이 구직급여로 지급된 것으로 구직급여 총액이 8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고용부는 당초 올해 구직급여 예산으로 7조 1828억원을 책정했다. 7월 누적 지급액이 5조 원에 육박하면서 8월 1일 국회에서 통과된 추경안에 급히 3714억원을 배정했다. 당시 기금 고갈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자, 고용부는 "올해 고용보험 기금 중 구직급여는 추경까지 포함해 7조 5500억원을 확보한 상태"라며 "고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고용부는 잇따라 구직급여에 고용보험 기금을 추가 투입했다. 추경만으로는 재정이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탓이다.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인 8월 말 고용부는 기획재정부에 연내 두 번쯤 고용보험 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지난해 9월 16일과 11월 20일 고용보험 기금에서 각각 2470억 원, 5429억 원을 구직급여로 충당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구직급여 전체 예산 규모는 당초 예산보다 1조 16006억원이 늘어난 8조 3402억원까지 불었다.
세금만으로는 구직급여 충당이 어렵다고 본 정부는 고용보험요율도 인상했다.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지난해 10월 기존 1.3%에서 1.6%로 0.3% 포인트 올렸다. 예컨대 월 100만원을 버는 근로자의 고용보험료가 6500원(0.65%)에서 8000원으로 높아진 것이다. 고용부는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30일 늘어나고, 실업급여액도 3개월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여 재원 확보 차원에서 보험료율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예산을 세 번이나 수정하고, 추가로 보험요율까지 높인 고용부는 "고용 상황이 좋아져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9년은 실업자가 4000명 줄었고, 실업률도 줄었다"며 "구직급여액이 오른 것은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그만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과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고용보험 12월 가입자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반면, 구직급여(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3.5% 늘었다. 취업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보다 실직해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증가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내년엔 구직급여의 연간 지급액이 올해 기록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고용부가 올해 구직급여 예산으로 작년보다 2조 3330억원 늘어난 9조 5158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예상과 다르게 구직급여 지급이 늘면서 수차례 수정했던 것을 올해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해 예산이 3번 수정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 구직급여액이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문재인 정부 3년 차인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1월 6256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갈아치운 이후, 4월 7382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000억원을 넘겼다. 이어 지난 7월에는 7589억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해에만 사상 최고액이 5번(1·3·4·5·7월) 바뀌었고, 7000억 원을 넘은 달도 4번(4·5·7·8월)에 달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는 외환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 증가한 것"이라며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다각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