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에 연상되는 이미지와 달리, 조원진 공동대표는 ‘친근하게 웃는 상(相)’이다. 하지만 그가 인터뷰 대상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담이 없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면 '박근혜 문제'가 나올 텐데, 총선을 앞두고 보수 전체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나?

"우리는 보수 분열 세력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도 있지만 '박근혜팔이'를 하는 정당은 아니다. 우리 당의 우선 가치는 반(反)좌파독재 투쟁과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있다. 보수 전체가 사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다."

―우리공화당은 '탄핵 주범은 누구 누구'라는 식으로 공격하고 있다. 옳든 그르든 이는 보수 통합의 걸림돌이 돼왔다. 책임 소재를 따지면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과 20대 총선 공천 파동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럴 경우 조원진 대표 등 친박계의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권이 폭주하는데 이런 과거 문제에 계속 발목이 잡혀 있는 게 안타깝다. 우리공화당은 현재 진행되는 보수 통합 논의에도 빠져 있지 않나?

"자유한국당이 유승민과 손을 잡겠다면 참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 해보려는 통합에 공격할 의사는 없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통합하고 그뒤 우리와 얘기하자는 것이다."

―2차로 통합하겠다는 건가?

"아마 통합은 어렵다고 본다. 현 선거법 체제에서 자유한국당 하나로 통합하자는 것 자체가 전략적 미스다. 범여권이 쳐 놓은 '가두리'에 갇히게 된다. 자유한국당과는 선거에서 연대를 협의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공격을 중단하겠다

조원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작년 여름에 ‘우리공화당’ 당명을 지어줬다”고 말했다.

―연대 협상이 안 되면 우리공화당은 지역구마다 후보를 낼 것인가. 현실적으로 TK 지역에서도 당선이 어렵다. 보수 표를 분산시키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텐데?

"우리가 각자도생의 마지막 선택을 하게끔 몰아가면 안 된다. 자유한국당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 당의 자생력을 간단하게 보면 안 된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통과된 뒤 자유한국당은 '비례자유한국당'을 만들고 있다. 보수의 비례표(票)를 챙겨 가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공화당은 한 석(席)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당은 선봉에서 현 정권과 싸워왔다. 보수 진영에서 우리를 껴안아 줘야 하지 않나. 한국당이 우리를 두고서 비례당을 만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민주당이 왼쪽에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려고 하듯이, 한국당은 오른쪽에 우리공화당을 그렇게 만들어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와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관계는 다르다. 우리공화당은 문재인 정권보다 한국당을 더 적(敵)으로 보는데 그게 가능하겠나. 우리공화당이 의석수를 더 갖게 되면 박근혜 탄핵 문제를 꺼내들어 자유한국당에 화력(火力)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건 대단한 오해다. 나는 보수 중 보수주의자다. 절대 그렇지 않다. 편견을 갖고 보지 말라. 한국당 하나로는 범여권의 '4+1' 체제에 이길 수 없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못하는 부분을 전략적으로 우리공화당이 떠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요즘도 우리공화당이나 박근혜 지지 단체 집회에서는 문재인 정권보다 자유한국당을 향해 더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다. 바깥의 이교도 세력과 맞서야 하는데 집안에서 이단 싸움을 피 터지게 하는 격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 '보수가 아직 덜 망했다. 더 망해봐야 되겠구나' 하는 씁쓸함이 든다.

"내 약속을 하지만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 선거 때까지 자유한국당에 대한 공격도 중단할 것이다. 약속한다. 총력적으로 문재인 정권 심판으로 가겠다. 아무도 문 정권에 맞서지 않았을 때 우리는 전면전을 선언했다. 지난 3년간 한 주도 쉬지 않고 거리에서 싸워왔다. 지금까지 집회를 166회나 열었다."

―이 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오늘 만나러 나온 것이다. 당원 강제동원령을 내려도 이렇게 매주 집회를 끌고 오기는 쉽지 않은데.

"내가 휴대폰 문자로 집회 이슈와 장소, 시간을 알린다. 전 당원들에게 동시에 발송한다. 한 번 문자 보내는 비용만 200만원이다. 문자를 목요일에 보내면 우리 단체들은 하루 만에 현수막 제작 등 모든 준비를 해낸다. 다들 자발적으로 하니까 가능한 것이다."

―집회 경비는?

"한 좌파 인터넷 매체가 우리의 약점을 잡기 위해 집회 경비 출처를 취재했다. 집회 한 번 할 때마다 약 1억원이 든다. 하지만 중앙당에서 지출되는 경비는 버스 두 대, 메인 현수막, 애드벌룬 가스비 등 매주 600만원 선이다. 나머지는 시도당과 단체가 알아서 한다. 정권과 싸우려면 우선 돈·회계 문제에서 깨끗해야 한다."

―그렇게 매주 집회해도 현 정권이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보수 언론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보수 언론에서 한 줄도 안 나오는 것은 섭섭하다."

지금껏 우파에서 이런 政黨 없었다 ―영하 20몇 도로 떨어지는 한파(寒波) 속에서 우리공화당 깃발 아래 노인들이 모여 있는 걸 여러 번 봤다. 노인들을 왜 고생시키나, 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하는 안쓰러움이 있었다. 박근혜를 내세워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우리공화당 지도부에 이들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들은 나라를 걱정해 자발적으로 나왔지 동원된 적이 없다. 우리 당원 70%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이다. 그전까지 정당에 가입해본 적 없는 사람이 90%다. 연령대로는 60대를 기준으로 반반이다. 젊은 지식인들의 가입이 많아졌다. 우리 당은 국가보조금 없이 순수 당비로만 운영된다. 여의도에서 빌딩 두 층을 당사(黨舍)로 쓰고 있다. 지금껏 우파에서 이런 정당이 없었다. 정치학에서 보면 가장 이상적인 정당이다." ―박근혜를 팔지 않으면 당이 존재할 수 있겠나?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달리 우리 당원들은 '박근혜 맹신자'가 아니다. '박빠 정당'도 아니다. 우리 당에는 220개 단체가 들어와 있다. 내부 카톡방에서 '집회 때 박근혜 대형 사진을 드느냐 안 드느냐'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박근혜 사진을 들더라도 다섯 명 정도만 하자' '행진 대열에서는 당기(黨旗) 뒤로 서게 하자' 등 원칙이 정해졌다. 다들 당의 확장성에 고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는 친박계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왜 혼자 나와서 이런 당을 만들었나?

"박 전 대통령이 탄핵돼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다음 날, 최경환이 면담 신청을 하니 최경환·윤상현·나 세 명을 들어오게 했다. 내가 박 전 대통령에게 '자유한국당에 대해 기대가 있나?'라고 물으니,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내가 '홍준표에 대한 기대가 있나?'라고 물으니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니, '뜻이 있으면 깃발을 들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된다. 눈이 내릴 때 눈사람을 만들려면 누군가 돌멩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저를 나오면서 나는 탈당 결심을 굳혔다. 최경환과 윤상현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지금 당원 숫자가 40만 명이라고 들었는데?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태극기 단체들은 좌절감에 빠져 더 이상 집회를 못 했다.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을 지키는 정당은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2017년 8월 창당했을 때 1만5000명에 비하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매주 월요일 내가 신규 입당자 숫자를 직접 발표한다. 많을 때는 한 주에 5000여명이 가입하기도 한다."

"박근혜, 30~40대를 공천해달라"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박근혜 변수’가 있다. “현 정권은 박근혜 석방 문제를 선거에 이용 가치가 있느냐로 판단해왔다. 지금은 석방 안 하고도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석방해 폭발적으로 뭉치면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아마 총선 전에는 석방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지지자로서는 안타깝다.” ―박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선거 관련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당을 만든 뒤로 2년 4개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왔다. 그중에는 ‘지금은 체제와 역사의 싸움이다. 대통령께서 감옥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못해 이 싸움에서 지면 아버지 대통령(박정희)의 역사도 다 날아간다’는 내용도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안 내면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다. 설령 메시지를 내더라도 보수 분열의 메시지는 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보낸 편지에 답장을 받은 적 있나?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답을 듣는다. 선거를 앞두고는 편지를 안 보내고 있다. 편지 검열을 하니까, 선거 전략과 관련된 내용을 적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를 통해 말로 전달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어느 쪽을 지지하나? “그런 말씀은 없었다. 작년 7월 대한애국당에서 ‘우리공화당’으로 당명을 바꿀 때, 박 전 대통령이 그 당명을 지어줬다. 다른 내용이 많지만 다 옮기기는 그렇다. 우리공화당에 깊숙이 관여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해 우리공화당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낸 적 있나? “박 전 대통령이 ‘공천을 30~40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적 쇄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다는 걸 느꼈다. 내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50대까지는 해야겠다’고 답했다.” ―인적 쇄신 말을 꺼냈지만, 자유한국당 공천 탈락자를 받아들일 계획이 있지 않나? “선거에서 기호 4번을 받으려면 현역이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이 친박계를 대거 쳐내면 일부를 받을 작정이다. 황교안 대표가 힘을 얻으려면 주변의 친박을 쳐내야 한다. 박근혜 시절 장관이나 고위직 지낸 친박을 잘라내고, 그렇게 혜택을 보고서 이제 와서 ‘박근혜 탄핵을 묻고 가자’고 하는 ‘배박(배신한 친박)’ Y와 K의원은 꼭 처리해주길 바란다. 처음부터 배신한 자들보다 더 참을 수 없다.”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