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 수색에 나선 검찰이 청와대 거부로 8시간 넘게 대치하다 결국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10일 벌어졌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장환석 당시 균형발전비서관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시장의 공약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못 받겠다'며 거부한 것이다.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들을 대거 잘라내는 인사 대학살을 하더니 이제는 법원마저 우습게 본다.

청와대 대변인은 "어떤 자료를 압수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범죄 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을 기재했다"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하고, 여당 대변인도 "정치검찰의 최후의 발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압수 수색 영장은 법원이 장소와 대상 등을 특정해서 발부하는 것이다. 검찰이 '범죄 자료 일체'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영장을 청구할 수도 없고 그렇게 청구된 영장을 법원이 발부해주지도 않는다. 검찰도 "울산 공공병원 등 구체적인 자료 목록을 영장에 적시했다"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상 청와대는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며 허용한 전례도 없다"는 청와대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관련 법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면 압수 수색 거부를 못 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게다가 현 정권 들어서도 유재수 비리 비호 수사 등 세 차례 청와대 압수 수색이 이미 이뤄졌다. 금세 탄로 날 거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청와대는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수사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대학 후배, 추미애 법무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팀장 출신 등 정권과 가까운 검사들을 핵심 요직에 대거 앉혔다. 이 사람들이 13일부터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맡아 선거 공작 수사 등을 지휘하게 된다. 윤 총장은 최근 주위에 "(수사팀을) 날리면 날리는 대로 (수사를) 하면 된다. 그것을 가지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검사는 검사"라고 했다고 한다. 현 정권이 연루된 사건들의 범죄 혐의가 워낙 중차대하기 때문에 어느 검사가 수사를 맡든 수사는 정상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검사가 범죄 혐의를 보고도 사건을 뭉개면 언젠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다음 정권에선 이 정권을 겨냥한 적폐 청산이 없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수사 라인을 날리면서 내건 명분이 '검찰 개혁'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파헤치도록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권력이 수사 방해를 하지 않고 자신을 겨눈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저절로 검찰 개혁이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한다고 우기려면 수사부터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게 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