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의 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헬레나 헌트 지음|오현아 옮김 마음산책|200쪽|1만5500원

말이 책이 됐다. 미국 청년들의 ‘우상(icon)’으로 존경받는 86세 여성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Ginsburg)의 말들로 엮은 어록(語錄)이다. 긴즈버그는 ‘노터리어스(악명높은) RBG’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단호하게 맞서며 ‘악명’을 얻었다. 버지니아 군사대학교에 여성이 지원할 기회를 열어준 판결은 법관 경력의 백미로 꼽힌다. 남성 동료보다 임금을 적게 받던 여성이 제기한 소송을 대법원이 기각하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여성 법률가로서 긴즈버그의 삶 역시 성차별을 극복해온 여정이다. “뉴욕의 로펌 중 나를 고용하려고 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나는 세 가지 이유로 탈락이었다. 유대인이고 여자인 데다 엄마였다.” 차별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더 높은 수준의 평등을 추구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차별을 겪어본 사람은 타인이 겪는 차별에 공감하기 쉽다. 개인적 능력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도와는 관계없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긴즈버그는 1999년 결장암, 2009년 췌장암, 2018년 폐암을 앓았고 지난해 췌장암이 다시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암 투병을 회고하는 대목에선 생(生)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암을 겪는 것만큼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 마치 특별한 향신료를 내 일과 일상에 듬뿍 치는 것과 같다.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고양된 인식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