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배와 빈 주머니, 그리고 상처 입은 가슴은 가장 값진 인생 교훈들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A hungry stomach, an empty pocket and broken heart teach the best lessons of life).’ 이 스승들에게 간절함의 교훈을 뼛속까지 배운 32세 웨이트리스 매기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사진)’의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꿈은 복싱 세계 챔피언입니다.

무대는 LA의 한 권투 도장. 70대 관장 프랭키는 제자로 받아달라는 매기를 나이가 많다며 내칩니다.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기회가 노크하지 않으면 문을 만들어라(If opportunity doesn't knock, build a door).'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드는 거라는 뜻이지요. 매기의 열정에 감동한 관장이 마음속 빗장을 엽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매기와 오랜 세월 딸과 등진 채 홀로 살아가는 프랭키의 외로움은 둘을 끈끈한 사제로 이어줍니다. 제자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합니다.

바뀐 무대는 웰터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 경기장. 스승이 지어준 닉네임 '모쿠슈라'를 달고 매기가 링에 오릅니다. 초반 라운드에서부터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는 매기. 아뿔싸, 종소리와 함께 그녀가 뒤돌아 물러서려 할 때 챔피언이 반칙 펀치를 날립니다. 고목처럼 쓰러지는 매기. 그녀도 프랭키도 복싱 불문율을 떠올립니다. '복싱에서 뒤로 물러서는 건 펀치를 잘 날리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너무 멀리 물러서면 다신 못 싸울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복싱 영화이기 전에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이 복싱 불문율은 궁극적으로 인생 불문율입니다. “제겐 관장님뿐이에요(I’ve got nobody but you).” 이렇게 고백하며 딸처럼 살갑게 대하던 매기를 더 이상 못 지켜주게 된 프랭키가 괴로워합니다. 친딸과 너무 멀리 물러서 있었고, 이젠 소중한 매기와도 가까이 못 있게 된 프랭키. 마지막 이별 순간 그가 매기에게 게일어(語) ‘모쿠슈라’의 뜻이 ‘나의 사랑스러운 혈육(my darling, my blood)’이라고 말해줍니다. 매기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