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지어 공원조성 재원을 충당하자는 주장에 대해 "용산공원은 녹지 중심 공원으로 만들자는 것이 국민 공감대"라며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미국을 순방 중인 박 시장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국립공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프레시디오 공원은 미군들이 썼던 막사 등을 활용해 재원을 충당했지만, 용산공원은 녹지 중심으로 만들자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라고 밝혔다.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공원을 방문해 공원 관리기구인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의 윌리엄 그레이슨 이사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용산공원의 2배 면적(607만㎡)에 달 프레시디오 공원은 1846년부터 1994년까지 148년간 미군 훈련시설로 쓰이다 냉전 종식 이후 군사기지 폐쇄 논의에 따라 공원으로 바뀌었다. 기존 800여개의 건축물을 재활용해 임대 사업 등 수익 모델을 갖췄다. 2013년부터는 공공 지원 없이도 연간 운영비 8000만달러(약 928억원)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프레시디오 공원처럼 용산공원도 일부를 택지로 바꿔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고가의 프리미엄 아파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이같은 방안에 대해 선을 그은 만큼, 용산부지 내 주택 공급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프레시디오 미군기지가 공원으로 전환된 여러 과정으로부터 우리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용산공원이 외국 군대가 진주한 지 100년 만에 국민에게 돌아오는 민족적 보물인 만큼, 프레시디오 공원처럼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백년, 천년의 귀한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산지역 주민들과 서울시민들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숙의를 거쳐서 어떤 공원으로 전환할지 구체적 논의를 해야한다"며 "시민들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원 관리기구인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의 윌리엄 그레이슨 회장은 "저희는 책정받는 예산이 없으므로 스스로 매출을 창출해야 한다"며 "용산은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단기간에 공원을 만들 수도 있고 저희처럼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