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없이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후반에 주어진 추가 시간 3분이 거의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후반 교체 선수로 들어간 김진규가 공을 잡은 뒤 하프라인에서 상대 진영으로 길게 패스했다. 역시 후반 교체 멤버였던 이동준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다음 침착하게 슈팅하며 골문을 갈랐다. 실속 없이 끝날 뻔했던 첫 판의 승리를 결정지은 한 방이었다.

한국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9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향한 첫걸음을 가볍게 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C조 1차전(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중국을 1대0으로 물리쳤다. 역대 상대 전적은 11승 3무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다.

한국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 공격수 이동준(11번)이 9일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C조 1차전(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후반 48분 극장골을 터뜨린 후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이날 대표팀은 결정력 부족으로 번번이 기회를 놓치다가, 후반 48분 김진규의 패스를 받은 이동준이 침착하게 왼발로 차 넣어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이 1대0으로 승리해 C조 1위(1승)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엔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 4장이 걸려 있다. 개최국 일본이 1장을 확보했기 때문에 3위(일본이 4강에 오르면 4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일단 조 1위 혹은 2위를 해서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한국은 첫 단추를 채우면서 한숨을 돌렸다. 출전 16국 4개조 중 한국, 우즈베키스탄, 이란, 중국이 속한 C조는 대회 전부터 '죽음의 조'로 불렸다. 그만큼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실제로 그랬다. 지난 2018 대회 우승팀 우즈베키스탄은 앞선 경기에서 이란과 1대1로 비겼다. 우즈베키스탄이 전반 40분 선취 골을 넣었다. 보비르 압디솔리코프가 상대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주장 이슬롬존 코빌로프가 성공했다. 반격에 나선 이란은 후반 13분 레자 데흐가니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학범 한국 감독은 이날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인 오세훈(193㎝)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시켰다. U-20 월드컵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선보였던 엄원상을 2선에 배치했다. 한국은 주로 측면 돌파를 공격 루트로 삼았다. 전반 13분 강윤성이 올린 크로스를 오세훈이 헤딩슛 했으나 빗나갔다. 전반 21분엔 김대원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28분엔 엄원상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슈팅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23명 전원 자국 프로리그 선수로 이뤄진 중국은 초반부터 공격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전반에 장위닝, 펑보쉬안 등이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간판 스트라이커인 장위닝이 전반 후반 부상으로 교체된 다음에도 중국은 강하게 맞섰다. 후반 3분 양리위가 기습적으로 한국 문전을 파고든 다음 때린 슈팅도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슈팅 수에서 15―10(유효슈팅 4―4)으로 앞섰을 뿐, 결정적인 득점 기회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K리그 2(2부리그) 부산에서 뛰며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던 김진규와 이동준이 결승골을 합작해 냈다. K리그 2 MVP(최우수선수)였던 이동준은 "첫 경기여서 감각이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고, 호흡이 잘 안 맞았다. 마지막에 집중해서 승리로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승점 3을 따며 C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 공동 2위, 중국이 4위다. 한국은 12일 오후 7시 15분(한국 시각) 이란과 2차전을 벌인다.

B조에 속한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2로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