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8일 청와대와 여권을 수사해 온 검찰의 주요 지휘 라인을 모조리 교체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번 보복 인사로 검찰의 수사력이 형해화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수사 대상인 청와대 및 여권 인사"라며 "향후 직권남용죄로 처벌될 만한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 사건이다. 그는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지방으로 좌천시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재량권이 많이 인정되는 인사 사안에서 안 전 국장이 유죄가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한 변호사는 "그럼에도 사감(私感)을 가지고 누가 봐도 이상한 이례적인 인사를 했다면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인사 내용은 안 전 국장 사안보다 심각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안 전 국장의 유죄 논리대로라면 수사 라인 교체 등으로 현 여권 수사에 차질을 주는 인사 역시 직권남용 소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추 장관은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며 자유한국당에 의해 고발당한 상태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추 장관이 해당 수사팀 지휘부를 교체한 것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나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확실히 나올 경우,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권남용의 범위에 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안 전 국장은 법률상 검찰 인사권자도 아니지만 그러한 인사안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만으로도 유죄를 받았다"며 "이번 인사의 책임자는 인사안을 만든 추 장관과 이를 행사한 문 대통령"이라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일부 법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직권 남용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현 정권의 검찰이 만든 직권 남용 논리는 이번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한 변호사는 "미국 닉슨 대통령은 법무장관에게 자신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 해임 지시를 한 것으로 사법방해 혐의를 받다 결국 사임했다"며 "우리나라 법체계에 사법방해죄는 없지만 지금 벌어지는 검찰 인사가 정당성이 결여된 건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