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명이 이동하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를 보름여 앞두고 중국 내륙 도시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폐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확인한 최초 발생으로부터 26일이 지났지만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홍콩 정부는 7일 우한 폐렴을 '중증 신형 전염성 병원체 호흡기병'이라고 규정하고 우한에서 들어오는 열차 승객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 발생 소식은 지난달 30일 처음 알려졌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각급 의료 기관에 "시 일부 의료기관에서 원인 불명 폐렴이 발생하고 있다"며 내려보낸 공문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지난 5일 우한시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한에서 59명이 감염됐고, 이 중 7명은 중증 환자로 모두 우한 시내 의료 기관에서 감염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자들과 밀접하게 접촉했던 160여명을 추적 조사하고 있어 감염 확인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한시는 아직 사망자는 없고, 병원체 분석 결과 과거 사망자를 냈던 조류인플루엔자(AI),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아직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신형 호흡기성 질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자들은 우한시 화난해산물도매시장 상인 등으로 이 시장에서는 해산물 외에 야생동물 등도 판매됐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이 시장은 지난 1일 폐쇄됐다. 후베이(湖北)성의 중심 도시인 우한은 인구 1100만명으로 유학생을 포함해 한국 교민도 1000여명 거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여행 금지 등의 조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왕래가 잦은 중화권은 비상이다. 우한 폐렴과 관련이 의심되는 환자는 지금까지 홍콩 21명, 마카오 8명, 대만 7명 등 30여명이다. 홍콩 정부는 우한에서 발생한 '중증 신형 전염성 병원체 호흡기병'을 법정 신고 전염병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발열과 호흡기 급성 감염, 폐렴 등의 증세가 있고 14일 이내 우한을 방문했거나 방문자와 접촉한 환자에 대해선 의료진은 즉시 정부에 신고해야 하고 정부는 이 환자들을 격리할 수 있게 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7일 "(중국발 기차가 도착하는) 웨스트 카우룽 터미널 등에 대한 (검역) 강화 조치를 각 부처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마카오 정부도 지난 5일 보건 경보 수준을 '레벨 3(위험)'으로 올렸다. 홍콩 중문대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데이비드 후이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우한 폐렴에 대해 외부에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6일(현지 시각) 우한 폐렴과 관련해 가장 낮은 단계의 경보 조치인 '주의(Watch)'를 발령했다. 우한 방문을 취소할 필요는 없지만 현지에서 동물이나 환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