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이라크에서 미군 철군 계획을 밝히는 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 사령관 명의의 서한이 공개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급히 부인에 나섰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5200명이 배치돼 76국 연합군을 주도하며,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이슬람 테러집단 IS(이슬람국가) 잔당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현지에서 이 작전을 벌이는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여단장이 이라크군 지휘부에 서한을 보내 "철군을 요구한 이라크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해 앞으로 수 주 동안 병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라, (관청·대사관이 많은) 국제 구역 상공에서 헬기 비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 서한은 이란의 최고위 군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피살 직후 이라크 의회가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다음 날 공개됐다. 그러나 이 서한이 공개되자, 곧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그 서한이 뭔지 모르지만, 어떠한 철군 결정이나 계획도 없다"며 "오히려 쿠웨이트를 통해 미군이 증강돼 이라크 안에서 재배치되고 있다"고 했다. 밀리 미 합참의장도 "실수로 보내진 것"이라며 철군 계획을 부인했다. 이라크 정부는 2014년 IS 격퇴를 위한 미군 주도의 연합군 구성을 요청했지만 솔레이마니 피살 이후 IS 격퇴 작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5일 "최근 수 주에 걸친 미군·이라크군 기지에 대한 거듭된 공격으로, 당분간 군사작전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2017년 12월 IS가 격퇴됐다고 선언했지만, IS 잔당은 이라크와 시리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소규모 공격을 하고 있다. 미군은 두 나라에 기지와 전초기지, 활주로 등 군도(群島)처럼 연결된 12개 기지를 운영하며 이라크군과 쿠르드계 민병대와 함께 대테러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이란의 보복 위협에, 자체 방어에 급급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실제로 철수한다면, IS 세력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 뻔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라크 특사를 했던 브렛 H 맥거크는 MSNBC방송에 "미군이 철수하면, 이라크에서 이란과 시아파 민병대들의 활동 영역이 커지고 IS 세력이 미군이 떠난 공백을 메워 미국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재앙을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