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산업2부 기자

지난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 결합 공정한 심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내 1위 배달 앱인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3위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는 데 대해 "독점 기업이 생기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30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을지로위 소속 의원 3명과 소상공인·노동단체 대표들이 차례로 나서서 "두 기업의 합병은 수수료 인상, 배달 기사 처우 악화, 소비자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일정이 예고됐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배민과 DH의 기업 결합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격 심사를 받고 있는데, 집권 여당이 나서서 '승인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합병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현재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민(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시장을 100% 점유하는 '공룡 기업'이 나오게 된 것이다. DH는 "전화 주문까지 포함한 전체 배달 시장에서 배달 앱의 점유율은 40% 미만"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배달 앱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지 불과 4~5년 만에 달성한 성적이다. 머지않아 전체 배달 시장에서도 '큰손'이 될 배달 앱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필수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직접 나서서 '주문'을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합병을 무산시키는 건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지도 못한다. 최근 정치가 기업 활동에 간섭해 잘 풀린 사례가 있었나. 지난해 초부터 여당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카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택시 편만 들어주는 상생안으로 사실상 카풀 산업을 사장(死藏)해 버렸다. 연말에는 박홍근 을지로위 위원장이 '타다 금지법'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타다는 1년 6개월 유예 기간 후에 시장에서 사라진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정치가 시장에 끼어들어 협상을 망친다"고 말한다. 한 모빌리티 업체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다양하게 택시와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테스트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여론을 들끓게 한 후론, 택시 단체와 대화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새해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부가 우리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 넘은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당 기자회견을 보니, 소원은 이뤄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