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말했잖아요. 나 일자리 구할 거라고(웃음). 날 키워준, 가장 친한 친구인 할머니. 그리고 하늘에서 보고 계실 엄마. 모두 감사합니다."

아시아계 최초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상자는 영화 '더 페어웰'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아콰피나(32·본명 노라 럼)다. '더 페어웰'은 감독 룰루 왕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낸 미국 내 중국계 가족에 대한 영화. 아콰피나는 "일생의 기회를 준 룰루 왕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CNN은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아시아계 배우가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콰피나가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TV 드라마 부문에서는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가 여우주연상을 받아 화제였다.

아콰피나의 아버지는 중국계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 이민자 출신이다. 화가였던 어머니는 아콰피나가 네 살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미국 퀸즈 플러싱에서 중식당을 경영했다.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컸다고 한다. 그는 US매거진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날 너무 예뻐해 설거지조차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예술적 재능을 보인 건 음악이 먼저였다. 13세 때 랩을 시작했고, 트럼펫을 연주했다. 16세 때 예명 '아콰피나'를 만들었다. 생수 브랜드 '아쿠아피나'에서 따왔는데 예명 후보에는 '김치찌개'도 있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언론사·출판사에서 일했으나 2012년 유튜브에 올린 자작 랩이 너무 외설적이라며 해고당했다. 그러나 이 노래가 유튜브에서 조회 수 400만을 넘으며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일식집 등에서 일하다 2013년 단편영화 '섀도맨'을 찍으며 배우 일을 시작했다. 2018년 영화 '오션스 8'에서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등과 함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유명해졌다. 2018년엔 청룽(성룡)·루시 리우에 이어 아시아인 중 다섯 번째로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호스트로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