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오늘은 우리나라 최초 민간 신문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선생이 탄생한 날이다. 1896년 4월 7일 처음 발간된 독립신문은 1899년 12월 4일 끝내 폐간되고 말았으나 여러 다른 신문이 태어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했다. 1898년 ‘매일신문’ ‘제국신문’ 등이 창간되었고,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되어 올해 10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종이 신문은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한 차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으로 또 한 차례 만만찮은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선일보는 줄기차게 발행 부수와 열독률 1위를 자랑하지만 종이 신문을 숫제 구독조차 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언제까지 자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이너리그 1위로 내려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열독률은 어떻게 측정하는지 궁금하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조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지만 기사 제목만 읽는다는 사람이 요즘 내 주변에 너무 많다. 아예 신문을 뒤부터 읽는다는 사람도 제법 많다. 뒤편에 있는 시론들만 읽고 덮는 사람도 있다. 사회 고발과 정책 비판이 신문의 주요 기능인 점은 인정하지만, 종종 10면 이상 이어지는 비판 일변도의 기사를 열독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다. 게다가 전날 저녁 온갖 종합편성 채널에서 신물 나도록 들은 정치 얘기를 다음 날 아침에 글로 확인할 까닭이 없다.

창간 100주년을 맞은 신문에 엉뚱한 제안을 하나 하련다. 사람 이야기(People & Story)로 1면을 열 생각은 없는가? 매일 아침 그렇지 않아도 암울한 현실을 더 암울한 얘기로 짓누르는 것보다 훈훈한 사람 얘기로 시작하면 독자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은 결국 ‘공감’이다. 새로운 100년에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문화, 사회를 거쳐 경제와 정치로 흘러가는 신문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