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오고 있다!" "미국에 죽음을!"

4일(현지 시각)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이라크인 수천 명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라크인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선 것은 중동에서 솔레이마니의 무게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등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 조직을 이끌고 수십 년간 미국 등을 상대로 '그림자 전쟁'을 수행해 왔다.

이날 시아파 무슬림의 성지인 이란의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20㎞ 떨어진 도시 '곰(Qom)'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엔 붉은 깃발이 내걸렸다. 시아파에서 붉은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붉은 기가 걸렸다는 것은 전 세계 시아파에게 미국에 대한 보복을 촉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 시각) 하산 로하니(왼쪽)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사령관의 집을 방문해 유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하니는 솔레이마니의 딸이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고 묻자 “이란 모든 국민이 복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이라크 바그다드 북쪽으로 80㎞ 떨어진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바그다드의 미 대사관 인근 지역엔 각각 로켓포 3발과 박격포 2발이 떨어져 이라크 군인과 민간인이 여러 명 다쳤다. 이날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라크 군인과 경찰은 5일 저녁부터 이라크 미군 기지 주변에서 10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미군 함정 등 30여개 공격 목표를 정했다는 경고도 나왔다. 골라말리 아부함제 이란혁명수비대 케르만주(州) 지역 관할 장군은 "이 지역(중동)의 미국(과 관련된) 35개 목표물과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까지 우리 손안에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호세인 데흐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 수석보좌관은 5일 미 CNN 인터뷰에서 "(이란의) 대응은 틀림없이 군사적일 것이며, (미국의) 군사기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동 병력 증파로 맞대응했다. AP통신은 이날 새벽 미군 수백 명이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쿠웨이트를 향해 떠났다고 보도했다. 미군 82공수사단 대변인은 신속 대응 병력 3500명이 수일 내로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운(戰雲)이 감돌면서 이라크와 중동의 미국인들 탈출도 시작됐다. 외신들은 이날 이라크의 석유 회사 등에 근무하는 미국인 직원들이 이라크를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솔레이마니 제거 직후 모든 미국 시민권자에게 즉시 이라크에서 출국하라는 소개령을 내렸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도시는 이란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우리는 이란과 사실상 전쟁 상태"라며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 "이란이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며 공격 목표지 52곳 중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밤 다시 트윗을 올려 "그들이 다시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당해본 적이 없는 강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며 "미국은 2조달러(약 2300조원)를 군사 장비에 지출했다. 우리 군은 세계에서 단연 최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