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은 5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가의 미래를 봤을 때 민주당의 확장에 반대하고 한국당은 개혁돼야 한다"며 "현재의 정치 행태는 진영 간 힘겨루기이자 사익 추구"라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실패는 내 책임"이라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어떤 길을 선택하든 큰 변화를 위한 새로운 모색과 전환은 불가피하다"며 "시간이 촉박하겠지만 국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과거 '극중(極中)주의'를 외쳤던 그는 이날도 중도를 강조했다.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람이 우리나라에 훨씬 많다"며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계 복귀와 함께 국민들께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얘기는.

"과분한 사랑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추진했던 바른미래당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도 제 책임이다. 거듭 죄송할 따름이다."

―언제 국내로 돌아올 건가.

"유럽과 미국의 혁신·미래·외교안보 현장을 방문했고 연구 활동을 마무리하고 있다. 조만간 구체적인 복귀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지난 1년여간 무엇을 느꼈나.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볼 수 있다. 세상은 지금도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진다. 대한민국은 그간 계속 과거에만 머물러 있었다. 미래 담론이 실종된 나라에 미래는 없다."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할 것인가.

"'외로운 길일지라도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고착된 진영과 지역 구도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호소하려 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작년 5월 독일 베를린의 빌리브란트 박물관을 방문해 베르네 페니히 베를린자유대학 명예교수를 만났다. 안 전 의원은 “야권은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며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야권 통합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야권은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다. 지금 진영 간 우열은 확실하게 좌파로 넘어갔다. 진영 대결을 할수록 현 집권 세력이 유리하다. 왜 그런 불리한 대결 구도에 스스로 빠져들려 하는가. 좌파가 세니까 '모이자' 해서는 못 이긴다. 야권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접촉해 오지 않았나.

"직간접으로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 내 고민의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

―유 의원은 2년 전 바른미래당 창당에 대해 "결혼을 잘못해서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오류가 있었다면 비판받고 고쳐나가겠다."

―총선에 출마하나.

"내가 무엇이 되는가에 관심이 없다. 내가 국회의원이나 대선 주자가 되려고 돌아오는 거 아니다."

―'합리적 중도'를 내세우는 정치적 지향은 변함이 없나.

"'조국 사태'를 통해 문재인 정부도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반쪽 대통령', 통합의 리더가 아닌 진영의 대표 주자라는 게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나.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인데 진영 논리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 적으로 규정한다. 그건 전체주의다. 우리나라는 이런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세계 주요국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우리만 뒷걸음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준비를 하지 않아 앞으로 나아질 전망이 없다는 점이다. 윈스턴 처칠이 '과거와 현재가 싸우고 있으면 미래를 잃어버린다'는 말을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신산업을 막는 규제는 왜 해결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미래를 막고 있다. 정부 주도로 신산업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북한 핵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다.

"북핵은 민족 문제를 넘어 지구촌 전체에 대한 위협이다. 강력한 한미 동맹 아래 주변국과 협력해야 한다. 북한 눈치를 살피고 그들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태도로는 대등한 대화와 협상은커녕 '중재자' '촉진자'도 불가능하다.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과 맹목적 지지층에 대한 비판이 많다.

"독일의 한 지식인이 그러더라. '정치인이 국민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정상인데, 한국에서는 국민이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서 싸운다'고. 아무리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 조직이 가짜 뉴스의 최대 진원지다."

―민주당의 선거법·공수처법 일방 처리는 어떻게 봤나?

"힘의 정치는 나중에 힘으로 다시 뒤집어지게 돼있다. 여당이 안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마라톤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다.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고 흘린 땀만큼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며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끌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