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은 3일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무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탈(脫)검찰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검찰) 조직 문화와 기존 관행까지 뿌리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을 16차례, '검찰 개혁'을 8차례 언급했다. 그는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부화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는 것)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추 장관 취임사를 두고 '윤석열 검찰'의 주요 수사라인 교체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 장관이 이날 언급한 '민주적 통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합동 인사회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사권 행사를 통해 현재의 검찰을 통제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다.

취임식장서 중앙지검장과 악수 - 3일 오전 추미애(오른쪽) 신임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검찰총장) 사단'을 향해 '인사 피바람'이 불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사건을 지휘했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두 사건을 총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법무부 일각에선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배성범 지검장은 지방 고검장으로 뺄 것" "박찬호, 한동훈 부장은 창원 또는 전주지검장이나, 수사하고는 거리가 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보낼 수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했던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과 홍승욱 차장, 이정섭 형사6부장 역시 인사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조 지검장에겐 노무현 청와대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부장검사는 "유재수 사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 지검장이 문책 인사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이 '속도전'을 예고한 만큼 법무부는 이르면 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7일 또는 8일 인사 발표를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차장·부장 검사의 필수 보직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검찰 인사 규정'과도 충돌하는 이런 인사를 두고, 법조인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발을 유도해 자진 사퇴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각종 '외풍(外風)'에도 물러나진 않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른 간부들도 같은 입장이라고 한다.

관측대로 검찰 인사가 이뤄지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현재 진행 중인 수사는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고위 간부들이 대거 움직이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중간 간부, 평검사 인사가 뒤따르게 된다. 수사 지휘 라인에서부터 부장·부부장, 평검사들까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진행 중인 수사는 사실상 끝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울산 사건' 수사 등에서 그동안 확보된 증거와 진술 등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 후속 수사팀이 뭉갤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결국은 (현 정권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수사팀이 대거 물갈이된다면 그것은 '인사 보복'이자, 직권을 남용해 수사 방해를 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한 변호사는 후배 여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거론하며 "지금 예고된 검찰 인사는 정권이 대놓고 직권남용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