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Books팀장

목요일 밤 TV조선 예능 ‘미스터 트롯’ 첫 방송을 보았습니다. 현역부 참가자 임영웅씨가 부른 노래 ‘바램’을 듣는데 가슴 아래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올라오더군요. 원곡 가수인 심사위원 노사연이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임영웅씨는 본선 직행 ‘올 하트’를 받고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진심을 다해 불렀다네요.

노래 가사 중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을 울렸습니다. 검색해보니 같은 표현을 제목으로 한 책이 두 권 있네요. '그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블루웨이브·2016),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루이앤휴잇·2017). 노래 발표가 2014년으로 먼저였으니 두 책은 김종환 작사인 원곡에서 표현을 빌려온 걸까요.

사람이 익어간다는 건 유학에서 말하는 '군자(君子)'에 가까워진다는 뜻 아닐까요.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를 오래전 읽다가 발견한 대목을 아직 기억합니다. '군자는 나를 예(禮)로써 규율하고, 남을 보통 사람으로 기대한다'는 글귀입니다. 당시에도 자신에겐 춘풍(春風·봄바람)처럼 관대하고 남에게는 추상(秋霜·가을서리)처럼 엄격한 사람이 더 많았기에 했던 말이겠지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사람이란 다산이 말한 ‘군자’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말로 ‘내로남불’하는 사람은 절대 ‘익어가는 사람’일 수 없겠지요. 신년 첫 주부터 진심을 다한 노래를 듣고 감동받았습니다. 새해가 되어 한 살 더 늘었으니 그만큼 더 익어가야지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