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과 일본 검찰의 '장외(場外)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자가용 제트기로 일본을 탈출한 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곤은 오는 8일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다. 곤은 레바논 도착 직후, "이제 나는 언론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돼 다음 주부터 (언론 접촉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곤은 자택 구입 대금을 회사에 부담시키고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보수를 약 91억엔(약 968억원) 축소 기재했다는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후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중요한 범죄 피의자가 국제공항을 통해 빠져나감으로써 국가의 체면을 구긴 일본은 검찰과 경시청이 협력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도쿄지검은 2일 미나토(港)구에 있는 곤의 자택을 압수 수색, 응접실 등에 남아 있는 지문 등을 채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 주변에 설치된 CCTV 조사를 통해 그의 탈출을 도운 인물들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터키 당국은 곤이 자가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혐의로 7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일본과 레바논 정부의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NHK는 레바논 정부가 곤의 레바논 입국 10일 전 일본 정부에 그의 송환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는 곤에 대한 송환 요청 이후 그의 입국은 우연이라며 관여설을 부인했다.

곤의 일본 출국 경위가 규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곤이 프랑스 여권을 2개 발급받아 가지고 있었다고 NHK가 보도했다. 곤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여권을 모두 변호인에게 맡겼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변호인단이 보석 조건 변경을 신청, 법원이 승인해 프랑스 여권 2개 중 하나는 잠금장치가 있는 상자에 넣은 상태로 곤이 휴대할 수 있게 됐다. 곤은 레바논에 입국할 때 프랑스 여권을 제시함으로써 레바논 입국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해결했다.

한편 곤의 아내 캐럴은 곤이 대형 악기 가방에 숨어서 자택을 빠져나왔다는 보도에 대해 "그것은 픽션(소설)"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지(紙)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