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대 메디컬센터 부속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연구원이 암세포 샘플을 훔쳐 수하물 양말 속에 넣어 중국으로 출국하려다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미 당국은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자국민을 이용해 미국의 지식 재산권을 절취하려던 시도로 보고 있다.

1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인 암 연구원 정자오송(29)은 지난달 10일 보스턴 공항에서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FBI 요원들에 의해 제지됐다. 그의 수하물 속 양말에서 암세포 샘플이 든 21개의 약병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부터 이 연구소에서 근무한 그는 8개의 암세포 샘플을 훔친 뒤 동료의 연구 논문을 활용해 10여개의 샘플을 추가 증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 "암 샘플을 중국 병원으로 가져가 내 연구 성과로 발표하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미 당국은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이 연구소에서 다른 중국인 연구원 두 명이 생물학적 정보를 몰래 중국으로 빼간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법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심리에서 정의 보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미·중 양국의 무역 협상 1단계 합의문 서명을 앞두고 드러났다. 수면 위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이 물밑으로 치열하게 첩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중국은 자국 출신 연구원들을 활용해 미국이 애써 일궈 놓은 경제적 사다리를 편법적으로 쉽게 올라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는 미·중 무역 협상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미국은 방문학자나 연구원들에 의한 지식재산권 절취 가능성이 있는 수백 건의 유사 사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조사 대상의 대부분이 중국 국적자"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