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뜻하는 ‘시어터(Theatre)’는 ‘보는 장소’라는 뜻이다. 그래서 보는 장소에서 무언가를 보는 것이 연극이다. 연극의 발생지 그리스는 원형극장의 건축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그리스의 원형극장들은 건축적 자태도 아름답지만, 그 좌석의 배치가 특히 의미 있다. 무대와 가까운 아래쪽에는 특별석이 마련되어 있다. 평평한 돌바닥으로 된 일반석과 다르게 좌석마다 개인용 의자가 돌로 조각되어 있다. 이 특별한 좌석의 한편엔 아군의 장군들, 반대편에는 전쟁 고아들이 앉는다. 적국의 사절과 장군들도 초대된다. 무대와 객석이 잘 보이는 좋은 자리로 안내된 이들은 자연스럽게 이 좌석 배치를 지켜보게 된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싸우다 죽어도 나라는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고 잘 보살펴 준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선명하게 전달된다.
오늘날 그리스의 원형극장들은 본토는 물론, 이탈리아, 터키, 요르단 등에 골고루 퍼져 보존되어 있다. 경이로운 점은 극장이 위치한 장소다. 산 중턱에서 아름답게 펼쳐진 평원을 내려다보거나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등의 절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연극 관람 중 쳐들어올지 모르는 적을 지켜보기 위한 방어 목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이 있다. 하지만 이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자연보다 더 위대하다. 연극은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다.
많은 원형극장은 신전과도 가깝게 세워져 있다. 연극에 신도 초대하기 위해서다. 공연을 통해서 신을 기쁘게 해 주고, 또 우리의 인생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완벽 빼놓고는 모든 걸 다 갖추었다”는 그리스의 신들은 인간의 이야기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리스 연극, 특히 아테네 연극의 위대한 점은 관객들이 지적으로 영감을 받을 준비를 하고 공연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지적 향연과 배움은 이들 삶의 스타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