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가운데, 레바논 당국은 그가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이 일본에 곤의 신병을 인도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일본에서 출국이 금지됐던 곤이 어떻게 일본을 빠져나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인 상황에서 그의 아내인 캐롤이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당국은 "곤이 합법적으로 레바논에 입국했고, 어떤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입국 시에 곤이 프랑스 여권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우 곤의 여권 입수에 관해선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곤은 일본 법원에서 보석을 허가받으며 소지하고 있던 프랑스·레바논 여권을 변호인에게 맡겼다. 곤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히로나카 준이치로 변호사는 "곤의 여권은 아직도 변호인단이 보유하고 있다"고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일본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한다고 해도 레바논이 응하지 않으면 체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특히 레바논 당국이 곤의 입국을 "합법적"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그의 신병을 일본에 인도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곤이 어떻게 일본을 빠져나갔는지도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당국은 곤의 출국 소식을 해외 언론을 통해 접한 뒤 탈출 경로 파악에 나섰지만, 정확한 경로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프랑스 르몽드 등은 곤의 아내인 캐롤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캐럴이 터키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이부동생과 함께 곤의 탈출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레바논 베이루트의 자택 전경.

곤이 도쿄에서 탈출한 방법으로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이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레바논 MTV는 곤이 크리스마스에 도쿄의 자택에서 음악회를 연 뒤 대형 악기 운반 가방에 몸을 숨겨 자택을 빠져나왔다고 보도했다. 곤은 이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대기중이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터키 이스탄불로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산케이신문은 간사이 국제공항 사무소 측이 지난달 29일 밤 자가용 비행기 한 대가 이스탄불로 떠난 사실은 확인했지만, 탑승자 이름과 출발 시각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캐롤은 이스탄불에서 곤과 접선해 함께 레바논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곤은 베이루트에 있는 자신의 집에 캐럴과 함께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로나카 준이치로 변호사는 "곤의 탈출에 ‘대규모 조직’의 도움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무장조직인 헤즈볼라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곤의 재판을 관할하는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검찰 청구에 따라 보석 조건을 위반한 곤의 보석을 취소하고, 2차례에 걸쳐 납부한 15억엔(150억원)의 보석보증금은 몰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