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부근 뉴스 박물관인 뉴지엄(Newseum) 3층엔 세상을 뜬 언론인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관이 있다.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기자 2344명의 얼굴 사진이 벽 하나를 가득 채운다. 시선으로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그 정도로 희생자가 많다. 2000년 이후에만 901명이 순직했다. 박물관 자원봉사자 밥 카츠씨는 "나는 사실의 힘을 믿는다. 바로 그 사실의 조각들을 캐내기 위해 기자들이 위험 속으로 들어가고 목숨까지 건다는 증거가 여기 있다"고 지난달 말했다.

취재중 목숨 잃은 2344명 -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뉴스 박물관 3층 순직 기자 추모관. 취재 중 목숨을 잃은 기자 2344명 사진이 벽에 빼곡하다.

사실은 때로 어둠 속에 숨어 있다. 시간과 돈이 투입된다. 기자는 사실을 얻기 위해 건강과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손가락 몇 번 놀려 쉽게 생산하는 거짓 정보와 가장 큰 차이다. 그 증거를 뉴지엄의 전시물들은 보여주고 있었다.

순직 언론인 추모관 옆엔 1990년 유고 내전 때 타임지(紙) 기자가 타고 다니던 트럭이 보였다. 총알과 파편 자국 수백 개가 선명하다. 트럭을 탔던 기자 크리스토퍼 모리스는 살아서 돌아왔지만 기자 39명이 유고 내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이미 기자 44명이 순직하는 등 현장을 전하겠다는 기자들의 희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에 살던 프리랜서 사진기자 빌 비가트도 그중 하나다. 2001년 9월 11일 아내와 강아지 산책을 시키던 그는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행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서 카메라만 집어서 불타는 현장으로 바로 달려 들어갔다. 두 번째 비행기가 충돌한 후 그는 건물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 뉴지엄 4층엔 후일 수거된 그의 캐논 D30 카메라에 남은 현장 기록 사진들과 녹아내린 카메라·기자증 등이 전시돼 있다. 건물 잔해가 위에서 쏟아지는 모습 등 그가 그곳에 없었다면 아무도 남기지 못했을 장면을 담은 사진 앞에서 관람객들은 숙연하다. 보스턴글로브 등에서 종군기자로 일한 김영희 사진기자는 "위험을 보면 도망가지 않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자의 본능"이라고 했다.

뉴지엄은 재정 문제로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폐관 전 마지막으로 박물관을 보러 시카고에서 왔다는 시로시 누르는 인상 깊은 전시물이라며 2017년 퓰리처상을 받은 워싱턴포스트 기자 데이비드 패런솔드의 수첩을 가리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부금을 냈다고 트위터로 주장한 26개 기관 명단을 적고 하나씩 어렵사리 '거짓'을 확인해나간 흔적이 담긴 수첩은 구깃구깃했다. 패런솔드는 사실 확인을 위해 100통 넘는 전화, 인터넷 메시지 수백 건을 취재원과 주고받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뉴스 문맹' 타파 교육 캠페인을 벌이는 NLP 앨런 밀러 대표는 "독자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정보가 어디서 오는지, 엄밀한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아야 한다"며 "정성 들여 만드는 질 좋은 저널리즘에 감사하지 않는다면 저널리즘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